[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키스(Living Out Loud)’의 쥬디스와 패티

쥬디스는 이혼한 남편의 사무실에 들어가 회의 중인 그의 얼굴에 머핀을 던집니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거라는 남자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발악을 해보지만 보이는 것은 끝, 허무하고 슬픈 풍경뿐입니다. 누군가 행복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행복한 것은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안녕히’ 사랑하며 지내고 있다는 증거라고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관계가 끝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겠지요.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새로운 관계, 뭐라 판단하기 힘든 설렘의 유혹을 저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쥬디스는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겪고 맙니다. 고독에 시달리던 어느 날, 어두운 재즈바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이와의 키스는 그녀의 막혀있던 감정의 문을 활짝 열었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마주치게 된 아파트 관리인 패티가 ‘마치 처음 마주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의 웃음이, 밤새도록 나눠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가, 참 따뜻한 표정이, 힘들었던 쥬디스에게 어떻게 다가섰을지, 그녀의 가슴에 어떻게 남겨졌을지, 상상하실 수 있겠죠.
공강시간 구석진 카페에 모여 앉은 친구들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누군갈 만났는데 참 좋은 사람 같다고. 그 사람과 연애를 하면 이렇게 될 것 같고, 저렇게 될 것 같고…. 우리의 상상은 이미 저 너머에 가 있었습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샬롯이 중년의 밥을 향해 부르던 노래말에도 있잖아요. ‘상상 속에서 이미 그대는 내 연인이 되었죠.’ 쥬디스도 패티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했을 거예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을 거고요. 그 순간들을 붙잡고 날 좋은 어느 오후 통째를 흘려보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패티의 프로포즈를 거절합니다. 이혼 후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 내린 결론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꾸리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다시 찾은 재즈바에서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또 다른 사랑에 빠진 패티를 발견합니다. 여전히 떨리는 마음, 번지는 미소를 고이 담아 뒤돌아선 쥬디스는 텅 빈 밤거리의 유일한 대화상대인 자신의 구두굽 소리에 조금 외로웠을지언정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와는 ‘거기까지, 그때까지만’이 현명한 것이었다는 걸 아니까요. 그녀에게서 끝이 보일 때까지 걷는 것만이 용기가 아님을, 행복과 미련에 대한 무게를 이끌며 뒤돌아서는 것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임을 배웁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72&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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