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청춘, 꿈 꿀 때가 더 아름답다

크레이지, 뷰티풀(Crazy, Beautiful)
날씨가 좋다. 여전히 직사광선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만 선선한 바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이다. 추위에 민감한 자들은 슬슬 가을을 준비하겠고, 더운 게 싫은 자들은 계속 이런 날씨이기만을 바랄 것이다. 청춘 혹은 젊음의 상징이던 여름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름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이 푸름이 가기 전에 청춘을 새기자. 푸르른 생기도 이제 곧 사그러 들것이다.
10대와 20대 사이에 걸쳐 있을 때 즈음 접한 ‘크레이지, 뷰티풀’은 아기자기한 주인공들의 사랑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청춘영화였다. 그러나 사랑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매디와 니콜의 방황’. 영화 안에서 그녀들은 소위 문제아였지만 근본적으로 꼬였다거나 갈 데 까지 간 징글징글한 십대들이 아니었다. 그저 어렸을 적 상처와 보헤미안적 기질이 섞였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햇빛 쨍쨍 비치는 어느 날, 매디와 니콜은 화장실을 핑계로 교실을 빠져나온다. 아름드리 나무아래에 누워 릴리 프로스트의 ‘후 앰 아이(Who am I)’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자유롭다 못해 몽환적이다. 루프 없는 지프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땐 썸픈(Sumpin')의 ‘더 핍스(The pimps)’를 목청껏 따라 부른다. ‘망설이지 말고 취해봐, 사랑할 사람을 찾아봐.’ 그것은 아마 우리에게 하고픈 말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들으며 헤드뱅잉 하는 모습과 야간시장에서 라틴음악에 젖어 춤을 추는 광경은 위태롭지만 확실히, 아름답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 위로 레미 제로의 ‘쉐터드(Shattered)’, 세븐 마리 쓰리의 ‘웨잇(Wait)’이 느리지만 경쾌하게 흐르고, 메런 오드의 ‘퍼펙트(Perfect)’가 흐르면 이 영화는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별 거 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보상받고 싶어서일까. 그녀들을 언제까지나 곁에 두고 싶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시간’이 훼방을 놓지. 이제는 그들의 자유분방함이 ‘취기’ 라는 것을 알아버렸고 신비로워 보이던 햇살도 자외선 걱정에 의미를 잃었다. 일탈이라는 것, 그들이 하면 ‘방황하는 청춘’ 혹은 ‘자유로운 영혼’의 비상인데 내가 하면 ‘추태’ 혹은 ‘객기’라는 것을 체득한 이상 방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시간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냐만은 오늘은 왠지 슬프다.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던 그 때의 떨림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낙엽이 오기만을 기다려야겠다. 바람을 핑계 삼아 아름다웠던 그녀들 대신 우리의 친구가 된 알코올이라도 부르게.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64&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