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그해 여름을, 당신은 기억하세요

‘여름 이야기’ 촬영현장
1969년 여름이었습니다. 서울서 농촌봉사활동을 온 석영이 수내리 도서관 사서였던 정인을 만난 것이요. 네,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죠.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늘상 그렇잖아요. 둘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설레기 시작합니다. 풀냄새와 적당한 습기, 알 수 없는 낭만을 한껏 머금은 늦 여름밤 반가운 바람처럼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겠죠. 하지만 만남과 시간은 때때로 무척 잔인해집니다. 이 두 사람이 그 후로 아주 오랫동안 이별해야 했다면 이해하시겠죠. 만약 둘이 어느 날엔가 재회한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오늘도, 어제도 아니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할까요. 아니면, 먹먹한 가슴 달래고 이렇게 물을까요. “그해 여름을, 당신은 기억하세요?”
버스로 여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전라남도 순천에 위치한 드라마 ‘사랑과 야망’ 세트장. 호수다방, 제일 세탁소, 동양자전거가 다닥다닥 붙어 늘어선 60년대 골목에 들어서니 시대를 건너 온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라듸오, 전축, 필름’이라고 쓰인 중앙 전파사 앞에서는 ‘품행제로’로 80년대 학원 로망을 코믹하게 선보였던 조근식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여름 이야기’ 막바지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일생 동안 한 여자를 사랑하고, 한 여자와 이별한 이야기’를 다룰 이번 영화의 주연을 맡은 두 배우 이병헌과 수애는 20대에서 60대까지를 아우르는 연기를 펼치게 된다. 시나리오 이외의 즉흥대사를 중요시하는 감독 때문에 처음 얼마간 적응이 힘들었다는 이병헌은 4개월 간 90%이상 촬영이 진행된 현재 “디테일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현장에는 한류스타 중 한명인 이병헌을 찾아 40여명의 일본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한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외면당할 것이다’라는 예측들이 많지만, 좋은 작품은 어디서든 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조근식 감독은 “‘멋지고 예쁜 두 배우를 어떻게 입체적으로 보여줄 것인가’에 초첨을 맞췄다”며 “60년대를 재현한다는 매력보다는 캐릭터와 감수성에 더 매력을 느낀 작품”이라고 ‘여름 이야기’를 소개했다. ‘나의 결혼 원정기’ ‘가족’ 에 이어 또 한번 강한 여성상을 연기하는 수애는 “더 열심히 해서 외모에 대한 이미지가 아닌 연기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001+++ 정인(수애)이 낡은 전축에 귀 기울이고 있고 석영(이병헌)이 다가와 앉는다. 감정선을 살려야 하는 신이니만큼 카메라 셔터 소리 하나도 주의해야 했다.
002+++ ‘여름 이야기’ 촬영은 영화제목에서 알 수 있듯 늦여름의 더위 아래서 진행됐다. 햇빛을 피해 촬영대기 중인 스태프들의 모습.
003+++ 이날 촬영현장 공개는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해질 무렵까지 계속됐다.
004+++ 1969년도를 재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조출연자들의 옷차림에서도 묻어난다.
005+++ 말 없기로 소문난 수애와 많은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이병헌은 “말로 나눈 대화보다 눈으로 나눈 대화가 더 많다”고 답했다.
육진아기자 yook@naeil.com · 김재윤 Studio Zip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47&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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