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짧은 소리가 쪽팔려 아예 말을 하지 않는 킬라(신하균)는 혀 수술을 위한 돈을 벌기위해 살인청부업에 뛰어든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긴 하나 워낙 착한 마음씨 때문에 아무나 못 죽이겠는 그는 스스로 ‘예의없는 것들’만 골라 죽이기로 결심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피 냄새를 독한 술로 없애기 위해 종종 들르곤 하는 바에는 킬라에게 무차별적인 기습키스를 자행하는 그녀(윤지혜)가 있고,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질 듯 말듯하다. 스토리의 기본 설정에서 눈치 챘겠지만 ‘예의없는 것들’은 완벽한 코미디의 겉모습을 하고있다. 주인공 킬라의 엉뚱한 내레이션이나 농담들, 그녀를 비롯한 독특한 주변 인물들은 충분한 웃음을 전달하고 18세 이상 관람가답게 알몸으로 펼치는 액션 또한 유쾌하다. 그러나 ‘예의없는 것들’의 매력은 정반대의 방향에서 발생한다. 박철희 감독의 ‘쓸쓸한 영화’라는 소개처럼 영화는 고아, 술집여자,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모여 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향한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다. 영화 초반 선과 악으로 나뉜 인물들의 관계도는 권력과 힘의 관계도 다름 아니며, 약자인 킬라가 꿈꾸는 복수는 관객과 넘치는 동일화를 이룰 수 있을지언정, 그 성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복수라는 큰 줄기와 ‘친절한 금자씨’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두 배우 김병욱, 고수희의 등장, 보색 및 조명의 사용때문에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예의없는 것들’의 복수는 매우 낭만적인 성격을 띤다는 데에 큰 차이가 있다. 영화를 채우고 있는 것은 분노, 증오가 아닌 희망이다. 복수만 끝나고 나면, 착하지만 세상에게 불행을 선고받았던 인물들은 소박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있다. 킬라의 꿈인 혀 수술, 스페인 투우 판타지나 그녀와의 사랑이 모두 복수 뒤에 위치하고 있다. ‘예의없는 것들’의 코미디는 비극적인 진짜 이야기을 잘 포장해 관객을 유인하더니 끝내는 아이러니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극대화를 성취한다. 이 장치가 기막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적어도 성실하고 진심어린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