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자유에 대한 찬가

백야 White night
‘섹스 앤 시티’에서 캐리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알렉산드르 페트로브스키’를 기억하시나요? 지갑을 놓고 내린 택시를 달려가 다시 잡을 때 장애물을 넘는 점프가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그는 실제로 발레리노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왠지 알 것도 같고, 어디선가 본 듯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바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입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레리노 중 한명이죠. (사라 제시카 파커는 번번이 거절했던 그를 섭외하기 위해 직접 수십 장의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 승낙을 받아냈다는 군요.) 그의 대표작 ‘백야’는 연속11회전 피루엣으로도 유명하죠.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시키는 모습은 오히려 허탈할 정도였어요. 그렇지만 이 영화를 눈요깃거리로만 생각해선 안 됩니다. 묵직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지닌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그럼 이제 영화이야기를 해볼까요?
‘백야’는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에게 특별한 영화입니다. 러시아의 간판 발레리노였던 그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던 1974년, 캐나다로 망명한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그 스스로가 망명자이면서 동시에 망명한 발레리노를 연기한 것이죠. 영화 속의 니콜라이가 원한 자유는 예전 바리시니코프가 원했을 ‘그때의 그 자유’와도 일치합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영화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생생합니다. 발레와 현대무용을 넘나들며 그리는 벅찬 몸짓과 에너지 뭉클하다 못해 울컥하지요.
첫 장면에서 니콜라이의 현대무용과 함께 흐르는 ‘Passacaglia in C minor, BWV 582 (파사칼리아 C단조)’의 슬픈 장중함은 가벼울 수 없는 자유의 의미와 상충합니다.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구소련의 저항가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의 노래가 그것인데요. 텅 빈 무대에서 비장함 넘치는 ‘Koni Priveredlivie (The horses, 야생마)’에 맞추어 춤추는 니콜라이의 몸짓을 보노라면 자유와 혁명의 의지가 뒤엉켜 뜨겁게 타오릅니다. 영화가 끝나야 그때의 무대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되죠. 비소츠키의 노래와 바흐의 의미심장한 선율은 OST앨범에 수록되지 않아 영화를 감상할 때에만 들을 수 있습니다. 러브테마인 필 콜린스와 마릴린 마틴의 ‘각자의 삶 (Separate Lives)’조차 탈출을 계획하는 중에 흐르니, 영화는 ‘자유에 대한 찬가’를 외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거기에 그 유명한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 미 (Say You Say Me)’가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흘러나오면 자유는 ‘묵직함’이 되어 ‘가벼이’날려 버릴 수 없게 됩니다.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15&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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