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기억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것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터널 선샤인’의 카피였다. 저 카피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너무 두근거려서 꼭 봐야만 했다. 짐 캐리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나 감독인 미셸 공드리에 대한 기대도 무너지지 않은 채로 극장을 나서는데 참 슬프구나, 묘하게 아프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음 위에 인형처럼 누워있던 주인공들의 포스터만큼이나 이 영화가 마음에 마음에 들었다. 언발란스해서 촌스럽기까지 하던 케이트 윈슬렛의 머리색 마저도.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조엘은 자신과는 정반대였던 클레멘타인을 잊기 원한다. 너무나 사랑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세월과 서로가 살아왔던 반대의 기억들로 결국은 헤어지고,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해결책을 찾던 조엘은 기억을 지워준다는 어떤 회사를 찾아가 클레멘타인과 사랑했던 기억을 지워줄 것을 요구한다. 처음 만났던 곳,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의 습관들, 말투, 사랑의 말들 그리고 헤어짐의 순간까지 모두. 조엘은 정말로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이별과 사랑에 온 몸과 온 영혼과 삶을 다했던 그인데 말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작가는 독특하고 철학적인 찰리 카우프만이다. 사람들을 동정할 줄 알고 안쓰러워하는 그의 시선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사랑이 끝나고 난 후, 모두 부인하고 없었던 걸로 묻어야 하는 사랑의 기억들로 낑낑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이 영화 속에서 카우프만은 슬쩍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실은 그것은 강한 긍정이다. 어딘가로 폐기되거나 미친 듯이 반복되는 사랑의 기억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우리는 사랑을 잊을 수 없다고.
우리가 사랑했던 것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과거로, 바로 나 자신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마치 운명처럼. 이미 다 커버린 어른이 철도 안 든 아이처럼 운명을, 숙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귀엽기까지 하지만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 긍정하게 하는 힘이 있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014&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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