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시골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박여옥 선생(오미희)을 기쁘게 해드리려 그녀를 돌보던 제자 미자(서영희)가 16년 전의 동창들을 부른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무시당했던 반장 세호와 부반장 은영, 뚱뚱하다고 놀림 받았던 순희, 박선생의 체벌로 장애인이 된 달봉 등은 오랜만에 선생님을 찾아오지만, 그들의 행동이 심상치가 않다. 한편 알 수 없는 시선이 그들을 지켜본다.
‘스승의 은혜’는 그동안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슬래셔 무비다. 이 말은 곧 ‘링’의 사다코로 대표되는 머리 긴 귀신이 부재함을 뜻한다. 최근 한국 공포영화가 대부분 사다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 식상한 결과물만을 만들어냈던 것을 떠올려보면 귀신이 아닌 인간이 공포를 만든 점에서 이 영화의 등장은 꽤 반갑다.
초반부터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피의 복수극의 가장 기본적인 관습인 과거 사건 서술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간간이 삽입되면서 영화는 타이트하게 러닝타임을 채워간다. 비록 낡은 시도이긴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잔기교들도 한 몫 한다. 줌 인, 줌 아웃의 사용,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한 신 안에서 일어나는 장면의 변화 등은 인물 내면의 혼란과 분열을 퍽 재미있게 보여준다. 슬래셔 무비인 만큼 잔혹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커터칼, 호치키스, 컴퍼스 등의 학용품들을 이용하여 학대하는 장면들은 꽤 독특한 것이어서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공포 대신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잔혹함을 무기로 하는 영화에 힘을 싣는다.
최근 공포 영화의 한계들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하는 ‘스승의 은혜’는 결말부에 이르러서 지나치게 교훈조의 목소리를 드러내면서 개성을 점점 잃어버린다.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를 두고 “상처와 눈물이 있는 영화” “교훈이 있는 공포”라고 말했다. 물론 영화가 말하는 교훈을 발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갑자기 드라마를 내세우며 감정에 호소하기 시작하는 무드는 교훈을 마음에 온전히 새기는 데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큰 오점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