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성향 탓인지, 다큐멘터리가 여간해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극영화가 가질 수 없는 또 다른 힘이 있다는 말을 되새기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큰맘 먹고 ‘도전’했지만 번번이 졸음신께서 유혹의 손짓을 보이사 결국 병든 닭 신세를 면치 못하게 만드셨다. 졸음신 덕분에 여기저기 구멍 뚫린 기억 가운데 몇 안 되는 멀쩡한 부분들이 있으니 바로 음악 다큐멘터리들이다. 평소 음악을 들으면 몸을 가만 두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손가락 하나라도 꼼지락거리느라 온전한 정신을 유지했던 탓이다. 그중,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노 디렉션 홈’은 최근작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노 디렉션 홈’의 주인공인 밥 딜런(Bob Dylan)이다. 작품의 초반부는 그의 유년시절을 짤막하게 보여주고 그가 당시 즐겨 들었던 포크, 컨트리, 로큰롤 뮤지션들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들려준다. 음악들이 흐를 때 나오는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50년대 음악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959년 겨울, 밥 딜런이 뉴욕에 도착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1966년 7월 29일, 모터사이클 사고를 당하고 두문불출하는 시점까지를 보여준다. 1959년에서 1966년, 이 시기의 밥 딜런은 무적이었다. 이 시기 옛 연인이었던 조앤 바이에즈(Joan Baez)와 불렀던 ‘위드 갓 온 아워 사이드(With God on Our Side)’와 평소 그가 존경하던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의 ‘디스 랜드 이즈 유어 랜드(This Land is Your Land)’를 부르는 장면이 실황과 함께 나올 때는 어지러울 것이며, 케네디의 암살 장면을 혼란스럽게 편집한 화면에 ‘어 하드 레인즈 고너 폴(A Hard Rain’s Gonna Fall)’이 흐르기에 이르면 종교적인 감동을 경험하고야 말 것이다. 하지만 ‘노 디렉션 홈’이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천하무적 밥 딜런에게 위기를 안겨준 맨체스터 공연의 후일담이다. 통기타를 맨 밥 딜런의 모습만을 원했던 사람들은 전기 기타를 매고 무대에 오른 그에게 야유를 퍼붓는다. 그는 굽히지 않고 전기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했지만 관객들은 그를 배신자로 매도할 뿐이다. 관객들의 야유 앞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로 작렬하는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s)’를 부르는 밥 딜런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구르는 돌과 같은 세상은 정말 알 도리가 없다. 세계를 바꾼 대중문화 작품 1위로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s)’이 뽑힌 경우를 보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