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시리즈의 시작부터, 창작자들은 노골적으로 예수의 이미지를 수퍼맨에 부여했다. 그는 먼 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외계인의 독생자이며, 지구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빛이 되는 존재로 하늘에서 내려와 땅에 임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수퍼맨 리턴즈’는 이 완벽한 신에게 인간적인 갈등의 순간을 부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아이가 있지만 그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있지만 그녀의 곁을 떠나야 하는 수퍼맨의 운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표현되어 있다. 이는 신의 아들인 예수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을 지니고 세상에 나온 신의 아들인 예수는 태생부터 육체를 부정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에 놓여 있다. 완벽한 신으로서의 예수가 아닌, 인간과 신의 중간에 있는 존재로서의 예수를 그린 영화 중 가장 논쟁적인 작품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예수를 다룬 영화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한꺼번에 깨부순다. 날듯이 숲을 헤치고 달려가는 카메라에 이어 들판에 몸을 웅크린 한 남자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보인다. 그는 인간의 육체를 지니고 신성한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예수다. 예수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그에게 도달하는 신의 목소리에 시달린다. 그는 고통스럽게 중얼거린다. “신이 날 사랑하는 걸 알지만, 나는 그 사랑이 멈췄으면 좋겠다.” 신의 목소리는 인간의 육체를 지닌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리도록 추동하는 절대적인 의지다. 영화는 고통으로 괴로워 몸부림치는 한 사람으로서의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육체와 정신의 모순을 감각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의 공통적인 주제인 영혼과 육체 사이의 갈등은 예수라는 모티브에 이르러 그 절정에 달한다. 이 영화의 첫말미에서 스콜세지는 영화의 원작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속 한 구절을 따온다. ‘내 슬픔의 근원은 영혼과 육체 사이의 끊임없는 전투다.’ 이는 카잔차키스와 스콜세지가 공유하는 슬픔의 정체이기도 하다. 기독교 단체들의 노여움을 샀던 마리아와 예수의 정사 장면은 사실 이 영화에서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예수와 유다의 관계다. 사랑으로 이스라엘 뿐 아니라 인간을 구원하려는 예수와, 싸워서 이스라엘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투쟁가 유다, 인간의 근원은 영혼이라고 말하는 예수와 인간의 근원은 육체라고 말하는 유다는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경외심을 견지한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영혼과 육체의 소리에 동시에 귀 기울여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신의 시선을 빌어 통찰하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