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Let it be

‘흩어진 꽃잎(Broken Blossom)’의 첸과 루시

쿤데라는 그의 유명한 책에서 ‘한 여인에게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그녀보다 넉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몸을 낮춰 그녀의 높이까지 내려간다는 것을 뜻하기에 동정 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사랑하게 된 후 연민을 갖게 되고, 상대방의 높이까지 굳이 내려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없이 아래에 위치해 있는 경우 말이다. 절망의 순간에서 만난 사랑은 더없이 반가울 것이고 그 가운데에 연민까지 느낀다면 터져 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이겨낸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첸 후앙은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 영국에 온 중국인 선교사다. 인간을 구원할 꿈을 가지고 영국에 온 그에게 꿈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하릴없이 과거를 회상하며 절망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눈물 어린 얼굴을 가진 한 소녀, 루시는 웃음을 주는 유일한 존재다. 루시는 매일같이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한다. 평생 웃어본 적이 없어 웃는 법을 모르는 그녀는 아버지의 협박에 억지로 손가락으로 입술 끝을 들어 올려 미소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어느 날 지친 몸으로 마을을 떠돌다가 첸의 가게에서 쓰러지고, 첸은 루시를 정성스럽게 간호한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의 천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친절이라는 것을 첸에게서 처음 받아보는 루시는 낯선 감정에 경계하게 되지만 곧 마음을 열면서 그에게 눈물 어린 미소를 만들어 보인다. 루시에 대한 첸의 마음 한 구석에 사랑과 함께 연민의 마음 역시 커진다. 이로써 첸은 순애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한다는 그 순애보. 그래서 믿음, 희망, 종교, 사랑까지 모두 상실하고 오열하는 첸을 볼 때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눈물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 보냈으면 한다. 절망 끝에 만난 사랑을 떠나 보낸 첸의 마음을 진짜 사랑이다 아니다 판가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다.
부끄럽다. 사실 계속 떼를 쓰고 있다. 논리적으로 연민도 사랑이 될 수 있노라고 설득하고 싶었지만 결국 억지되어 치기 어린 감정만 남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랑의 기회를 놓쳐버린 불쌍한 마음을 부디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가능한 한 사랑이 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어 최선을 다해 지키려는 것, 현재 나의 사랑에 대한 마지막 방어선이다.
과연 사랑은 또 다시 찾아올까.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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