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라스트 키스

L'Ultimo Bacio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스테파노 아코시, 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
장르 로맨스, 드라마
시간 118분
개봉 상영중

Synopsis
서른을 한 달 앞둔 카를로(스테파노 아코시)는 남부러울 것 없다. 동거 중인 완벽한 그녀 줄리아(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는 임신을 했고, 직장도 안정적이니 이제 결혼만 남았다. 그런데,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열여덟 소녀 프란체스카는 숨막히게 아름답고 그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난 절대로 바람피는 일 없어. 난 당신보다 강하거든. 바람피면 죽여버릴거야, 알았지?” 라는 줄리아의 말을 까맣게 잊은 채로.

Viewpoint

‘스물아홉’이라는 소재는 실패한 적이 별로 없다. 청춘은 너무 불안해서 직면하기 우울하고, 중년은 너무 안정적이어서 바라보기 심심한 탓에 그 경계선에서는 묘한 성장과 선택이 일어난다. 멀끔한 네 명의 스물아홉 이탈리아 남자들이 이 경계선에 선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예상대로 흥미롭다.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강요 속에 괴로워하며 자유를 꿈꾸는 파올로, 사랑했던 그녀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심한 갈등에 빠져버린 아드리아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듯 보이나 목적없이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알베르토까지. 친구들은 폭포 앞에 모여 소리를 지르고,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막바지에 다다른 성장을 치러낸다.

핵심줄기는 바람 난 카를로의 이야기다. 제법 균형 잡힌 시선으로 카를로와 줄리아, 프란체스카를 비추고 개인의 역사와 갈등, 꿈을 담아낸다. ‘아, 그런 얘기!' 할 정도로 전형적이지만 그래서 눈을 뗄 수 없고, 자기 얘기 인냥 열연하는 배우들에게 몰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들은 평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그 시간의 자리에 머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세심한 내러티브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난리 난 다 큰 소년들 뒤로 펼쳐지는, 제대로 권태에 빠진 중년 부부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성장담에서 나아가 사랑이란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사랑은 이미 식은 듯하나 끈질기게 마지막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다. 외면과 묵인 속에 차라리 고통인 이것은 발악과 절규, 몸부림 속에 다시 타오르기 시작하고 사랑의 가능성을, 유쾌한 해답 혹은 인생의 결말을 제시한다.
이로써 10대부터 50대까지의 세대를 훑고, 결말까지 제시하는 영화는 감미로운 사운드트랙까지 가세해 탄탄하고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이 모범적인 성격, 이런 저런 일 벌어지는 인생 결국 다 그런 것이고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 놓이고 즐겁기는 하나 아쉽다. 스물아홉이라는 마지막 성장, 끝이 보이는 불안을 즐기다가 예외성 없는 것이 늙음이라고 깨닫고는 일탈을 꿈꿨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영화 안에서 벌어졌던 갈등이 영화 밖에서도 벌어진다. 안정과 일탈, 무엇을 택할 것인가. 관객과 옆에서 걸어가다가 대뜸 저만치 앞서 나가 방향을 이끄는 영화의 성장속도가 살짝 강요로 느껴지기도 한다. 저질 코미디 영화들만을 양산하여 1970년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자국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며 침체기를 견디고 있었던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라스트 키스'는 기분 좋은 기록을 안겼다. 2001년 개봉 2개월간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상대로 당당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라스트 키스'는 같은 해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영화제 격인 다비드 디 도나텔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비롯한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했고,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브리엘레 무치노의 행보

‘라스트 키스’로 1200만 유로라는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리며 이탈리아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 그의 필모그래피는 세 편이 전부지만 매우 흥미로운 양상을 보인다. 열 여섯 살의 친동생 실비오 무치노를 등장시켜 섹스를 통해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려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나에게 유일한’.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자 했던 소년은 2년 후 ‘라스트 키스’로 성장했고, 다시 2년 후인 2003년 불륜과 방황으로 무너져가는 중년부부의 이야기 ‘리멤버 미’로 나이를 먹었다. 자신의 성장과 영화의 성장, 이탈리아 영화의 성장을 일직선 안에 위치시킬 수 있는 무치노 감독의 행보를 주목하면 인생이 보일 듯. 홈피 www.cinecube.net/cine/lastkiss

A 스물아홉, 남자들은 여전히 행복하다 (진아)
A 피터팬이 되고싶었던 스물 아홉 남자의 행복론 (희연)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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