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목적이 된 사랑의 흉터

‘베티 블루(37.2 Le Matin)’의 베티와 조르그
이 세상의 수많은 변명들 중 ‘사랑하기 때문에’ 만큼 설득력 없는 그러나 결국에는 용인되고 마는 그럴싸한 핑계가 또 어디에 있을까. 시시콜콜 구속하려 드는 수줍은 남녀나 되려 헤어지려는 빛바랜 연인의 입에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그 말은 자유롭지만 무책임한 것이 마치 신용카드 같다. 그런데 사랑이 깊어지고 서로의 짓무른 상처까지 보듬고 싶어질 때면 대책 없어 보이던 핑계는 목적이 된다. ‘너를 위해서’ 혹은 ‘사랑을 위해서’ 라고. 읊조릴 때 느껴지는 낯간지러움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유가 목적으로 치환을 이룬 것은 후불제 카드 따위는 싹둑 잘라버리고 잔고에 따라 결제되는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것과 같다. 내 마음의 자산에 근거한, 그 어떤 눈속임도 없는 그런 사랑.
베티는 조르그에게 그런 정직한 사랑의 수해자였고 그는 언제나 늠름한 모습으로 목적으로서의 사랑을 결제한다. 얼굴은 예쁘고 매력도 있지만 창녀에다 괴팍한 성격을 지닌 그녀에게 조르그의 사랑이 과분해 보일 때도 있다. 심지어 악착같이 들러붙어 기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발악하고 자해하며 타인들까지 해치려 드는 그 여자가 조르그에게는 삶의 의미고 목적이다. 쓰레기 취급당하는 자신의 글을 꼬박 밤새워 읽어주는 사람, 눈을 마주치며 ‘사랑해’라고 자꾸 되뇌어 주는 사람, 홀로 피아노를 두드릴 때 슬며시 한손으로 반주를 맞춰주는 사람. 결국 물질적 도움, 타인의 시선과는 엇갈릴지라도 그들은 철저히 사랑을 통해 공생 중이다.
그러나 서로가 목적이 되어버렸기에 자신은 망가져가는 것 또한 그들의 사랑법이다. 조르그의 아이를 낳고 싶던 베티는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이후 정신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범죄를 저질러 그녀를 기쁘게 해주려는 조르그도 스스로를 돌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에게 활활 타올랐던 그들은 자신조차 말끔히 태워버렸다. 내가 타는 줄도 모르고 자꾸만 불 지폈던 뜨거운 사랑의 기억 그것은 재도 사라져버린 화상으로 남는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지워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또 다른 베티와 조르그인 우리 역시 생살을 태우는 아픔 그것을 조용히 감내해내는 수밖에.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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