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 숨길 수 없는 그 마음

왕의 남자

마음은 자아보다 크기 때문에 숨길 수 없다. 내가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그래서 사람들은 지어내는 말이 아니라, 감추는 눈빛이 아니라 마음을 믿는다고 말하는가 보다. 마음을 숨기지 못해 괴로운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의 광대가 된다.
정치적인 음모에 엮여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어미를 잊지 못하는 연산군은 어느 날 자신을 웃기려든 발칙한 광대패를 보게 된다. 웃음거리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 앞에서 실신할 듯 웃어 제끼는 연산군과 그의 눈에 들게 된 공길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장생의 엇갈림이 영화 ‘왕의 남자’에 담겨있다. 죽어서도 광대가 되겠다는 장생의 서글픔은 왕이 사랑하는 공길 앞에서 더 짙어진다.
이병우가 맡은 ‘왕의 남자’ OST는 그 어느 때보다 비극적이고 서정적이다. ‘마리 이야기’에서도 그러했듯이 이병우는 절대로 오버하지 않는다. 감정의 과잉으로 절대로 넘어갈 듯 하면서도 그 경계를 귀신같이 지켜내는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슬프지만 눈물은 보이지 않고, 눈물을 흘려도 결코 청승맞지 않은 그의 매력이 ‘먼길(프롤로그)’, ‘돌아오는 길(에필로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타 버전의 ‘반 허공’은 사극의 깊은 맛을 내고 있고 이선희가 부른 ‘인연’은 부드럽게 안타까움을 전한다. ‘인형놀이’나 ‘세상 속으로’ 같은 연주곡도 같은 감정선 안에서 머물며 독특한 향을 가져다 주는 듯하다.
‘왕의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가운 소리다. 연극 ‘이’(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도 관객들이 몰려 연일 매진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야기대로 봐줄 줄 안다니 정말 다행이다. 스타보다는 배우를 찾고 극장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오는 것 같아 기쁘다. 전통 사극 속에서도 현대적인 맛깔스러움을 더할 줄 알고 이야기를 위해 감정을 죽일 줄 아는 미덕을 가진 ‘왕의 남자’는 그 OST 마저도 일품이다. 각자의 한을 토해내듯 열연을 펼친 배우들과 영화의 장면 속에 음악이 흘러 관객의 마음을 적시고 결국 감동이 됨은 당연하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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