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손님은 왕이다

감독 오기현
출연 성지루, 명계남, 성현아, 이선균
장르 스릴러
시간 104분
개봉 2월 23일

Synopsis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이발사 안창진(성지루)에게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너의 가장 더럽고 추악한 비밀을 알고 있다’며 돈을 뜯어내는 협박자(명계남)는 심지어 이발사의 아름다운 아내(성현아)까지 넘본다. 위기에 처한 이발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객 비밀 절대 보장’ 해결사(이선균)를 고용하지만, 오히려 해결사는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이발사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Viewpoint

숨겨라, 캐내라, 쫓아라, 협박하라. 협박난무 느와르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일본의 유명 추리 작가 니시무라 쿄타로의 ‘친절한 협박자’를 각색한 것으로, 이발사와 협박자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두 인물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고 해서 투톱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다. 다만 캐릭터의 색깔이 너무나 분명해, 4인 4색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배우의 얼굴과 이름보다 캐릭터가 먼저 보이는 쉽지 않은 과정을 ‘손님은 왕이다’는 이루어냈다. 그 이유는 등장인물의 전형성 때문이다. 순박하고 어눌한 이발사, 아름답지만 위험한 요부, 광기어린 협박자, 비열한 해결사로 압축될 수 있는 이들은 전반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선보이지만 서로 얽히고 설키는 변화를 겪게 되며,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은 정교하게 잘 짜여진 플롯이다. 플롯은 한 가지 명제에서 비롯되는데, 그 명제가 바로 ‘누구나 비밀은 있다’이다.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비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상대방의 비밀은 캐내려 애쓴다. 숨기면 찾아내고, 찾아내려 하면 숨기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네 명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과 갈등은 깊어만 가고, 이것은 면도하는 이발사의 면도날처럼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 쪽의 균형이 끊어지는 순간, 모든 것은 밀물처럼 몰려온다. 그 계기는 협박자의 죽음이다. 오프닝에서부터 보여졌던 그의 죽음은 모든 상황이 묘사된 후 다시 한 번 언급됨으로써 반전의 계기가 된다. 협박자의 죽음 이후 모든 진실은 서서히 밝혀지며, 나머지 세 명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파국을 맞는다.
극도로 절제된 순간으로부터 봇물처럼 터져 흐르는 진실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는 점에서 ‘손님은 왕이다’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부족하지도, 과잉되지도 않았다. 모데라토에서 비바체로 갑작스레 바뀌는 속도감에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명계남, 성지루 등 안정된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이를 커버해준다. 팜므파탈로 변신한 성현아의 매력도 잘 살아났으며, 연극무대에서 기반을 쌓은 이선균의 연기도 합격점이다. 강박증적으로 하얀 이발관과 흑과 백이 대비되는 체스무늬 바닥, 광채가 번쩍이는 면도칼, ‘손님은 왕이다’에 걸맞지 않게 위협적인 이발소 그림 등은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그러한 영상 위로 흐르는 탱고 음악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색깔 있는 캐릭터부터 매혹적인 영상까지, 이미지로 시작해서 이미지로 끝나는 영화다. 물론 나쁘지 않은 의미로.

영화 속 영화를 찾는 재미가 있다!
90년대 영화는 두 가지로 양분된다고 한다. 명계남씨가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그만큼 그는 많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손님은 왕이다’는 어쩌면 그런 그에게 바치는 헌사다. 이 영화에는 ‘초록 물고기’, ‘깡패 수업’ 등 명계남씨가 실제로 출연했던 영화가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초록물고기’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과 똑같은 김양길이다. 자세히 보면 똑같은 대사를 찾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현재 상연되는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사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홈피 www.wang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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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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