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α] 악동이 진지해질 때

프랑소와 오종과 김기덕 사이
타인에게 충격과 파괴적인 감상을 선사하는 두 악동, 프랑소와 오종과 김기덕은 닮았다. 물론 오종은 파격적인 대신 서정적이다. 김기덕은 불쾌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다. ‘크림슨 리버’를 통해 극단적인 현실의 뒤틀림을 선사했던 오종 감독은 ‘8명의 여인들’로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스위밍 풀’을 통해 그만의 재미를 발견하게 해주었다. 독특함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오종의 매력은 악동이 가진 그것이었다. 누구라도 비웃을 수 있는 특권이었다. 김기덕은 언론의 부정적 시선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나쁜 남자’나 ‘섬’을 통해 전혀 다른 방식의 욕망과 삶의 해체를 보여준다. 엄청난 다작에도 아직도 할 말을 다하지 못한 허기진 그의 영화는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괴팍스런 영화 행보가 계속되지는 않았다. 마치 도라도 깨우친 것처럼 김기덕이 내놓았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이게 정말 김기덕 영화가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최근 보았던 오종의 ‘타임 투 리브’는 좀 더 심했다. 오종만의 겉잡을 수 없는 재미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영화가 지루하기까지 했다. 물론,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건 ‘철이 든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순간 진지해진 그들의 영화는 말한다. 진지함과 파괴의 깊이를.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불가해한 비상식과 파격을 넘어선 불쾌함 뒤에 숨어 있는 진지함을 내뿜는다. 삶과 죽음이 평행선에 놓인 것처럼 그들의 작품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불안하게 넘실거리지만 매우 영리하게 자신의 자리를 잡는다. 어쩌면 이제 악동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순순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괜한 알은 체보다는 가식을 냉소할 줄도 알고 격식도 차릴 줄 아는 양면을 꿰뚫을 수 있다면 이것은 존경할 만한 일이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