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영원한 사랑에 대한 단상

‘베를린 천사의 시’의 다니엘과 마리온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그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영원’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원한 사랑이란 언제까지나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화책의 마지막과 비슷한 형태의 사랑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운 좋은 극소수의 연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권은 어떤 사람들에겐 사랑을 시작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상대방과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는 확률은 굉장히 낮다는 것, 영원할 수 없다면 언젠가는 이별을 겪어야 한다는 지극히 이성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사랑은 두려운 존재가 되기 때문이죠. 이별의 아픔은 사랑의 희열보다 더 견디기 힘든 존재임이 분명하니까요. 결국 가련한 누군가는 사랑을 수식하는 ‘영원’이란 단어에 스스로 속박되고 맙니다.
영원이란 개념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는 아마 천사일 겁니다. 그들은 영원을 살아내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니엘은 스스로 영원을 거부합니다. 창조 이전부터 존재했던 그가 그것을 포기하려는 이유는 서커스단의 공중그네 곡예사 마리온 때문입니다.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랑을 위해, 모든 이가 원하는 영원이란 특권을 버리게 되지요.
다니엘이 일말의 후회 없이 이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시간의 공허함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는 행위, 연인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의 기쁨이 의미 없는 연속보다 얼마나 소중한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을 테지요. 연인의 사랑스러운 모든 것을 그대로 내면에 받아들이는 과정, 그 순간의 영원성을 깨달았던 겁니다.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일’도 ‘영원’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왜 그제서야 생각이 난 걸까요. 보이지 않아도, 말로 표현할 수 없어도 존재의 흔적은 영원하다는 바로 그 공식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 이후로 마리온과 다니엘이 행복했으리란 무모한 추측도 전혀 사실무근은 아니겠군요. ‘영원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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