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시티즌 독

Citizen Dog
감독 위시트 사사나티앙
출연 마하스무트 분야락, 상통 켓우통
장르 판타지, 드라마
시간 99분
개봉 3월 9일

Synopsis

‘싹둑 싹둑’ 정어리 머리를 단칼에 자르던 깔끔한 솜씨로 얼떨결에 자신의 검지를 베어버린 팟(마하스무트 분야락), 그는 꿈도 없이 상경한 남루한 시골 청년이다. 우연히 주운 정체모를 흰 책을 사랑하는 청소부 진(상통 켓우통), 그녀는 꿈이 너무 많아 탈인 전형적인 방콕 소녀다. 그런데 이번에는 팟에게도 꿈이 생겼다. 바로 진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그녀가 일하는 청소회사 경비에서 택시기사까지. 못할 일이 없지만 정작 진이 바라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

Viewpoint

도시를 생각하는 것은 그곳의 사람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파리는 파리지엥들 덕분에 낭만을 입었고, 도쿄는 외로운 사람들 덕분에 단절된 이미지로 남았다. 그렇게 도시는 예전부터 저마다의 이미지로 살아왔고 방콕은 수많은 여행자들 덕분에 번잡한 여행지 정도로 기억됐다. 그러나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은 기존의 방콕에 대한 이미지를 황급히 거둬들인다.

단단히 안면몰수한 뒤 그가 꺼내놓은 방콕은 우리가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색다르고 환상적이다.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전설 속 도시를 발견한 것처럼 유래 없는 설렘이 시작된다. 먼저 시골 들판과 하늘을 배경으로 한 채 로우앵글로 잡힌 팟의 모습이 등장하면 그가 방콕탐험의 여정을 이끌 절대적 인솔자임을 간파해야 한다. 모든 상황은 그의 눈에 비친 모습인양 걸을 때의 미동을 반영해 흔들리고, 눈을 찡그려 시선을 왜곡시킨 듯 과장된다. 첫 상경한 시골뜨기의 눈에 비친 도심이기에 지나치게 화려하고 자극적인 광고를 연이어 감상하듯 오색찬란한 색감으로 표현된다. ‘아멜리에’보다 고차원적이고 ‘불량소녀 모모코’보다 부드러운 판타지들은 온통 요지경 세상이다. 잘려나간 손가락은 용케 살아남아 주인에게 달려들고, ‘메그놀리아’의 개구리비나 ‘웰컴 투 동막골’의 팝콘 눈에 버금가는 ‘헬멧 비’가 대지를 적신다. 담배 피는 곰돌이 인형은 인생살이를 푸념하고 도마뱀은 할머니 얼굴을 한 채 집안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한 가지는 그들에게 ‘부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채워도 채워도 가득 차지 않던 옛날 이야기속의 장독처럼, 솟아도 솟아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 단지처럼 인간 본연의 끝없는 외로움을 가졌기에. 그래서 진은 읽지 못하는 하얀 책을 들고 읽는 시늉을 하며 강박적으로 얼룩을 닦아내고, 기억을 잃은 틱은 무엇이든지 핥는 버릇을 지닌다. 애정이 부족한 어린 아이가 손가락을 빨듯 도시에 스며들지 못한 도시인은 그렇게 결핍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방콕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가장 태국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산업화와 비산업화, 소통과 단절, 공존과 분리 사이의 틈은 지구의 어느 구석에라도 있는 고민인 것이다. 덕분에 짧은 이야기들이 바통터치 하듯 이어지는 옴니버스식 구성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국적 불명의 범세계적인 고민으로 확장시키는 데 한 몫을 한다. 그것은 공간적인 개념에서 그치지 않는다. 도마뱀으로 변한 할머니가 환생하게 된 연유를 이야기할 때 시간의 흐름 또한 유기적으로 흐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흡사 불교의 연기사상 같다. 모든 현상이 맞물려 오로지 독립 혹은 자존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그 순환의 진리를 따라 꿈이 없었던 팟은 꿈이 생기고 꿈이 너무 많았던 진 또한 현실을 바라본다. 지구를 오염시킨다던 플라스틱 더미가 경이로운 모습의 산으로 비유되는 것 또한 모든 것이 순환하고 닮아가며 하나가 돼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삭막한 도심의 기형적 모습이 담긴 이 영화도 사랑스런 돌연변이로 충분히 둔갑가능 한 것이리라.

각양각색의 맛, 태국영화
태국의 영화는 태국이 만들어낸 영화보다 ‘더 비치’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영화 속에 나온 태국의 이미지로 친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취색의 물 빛깔만큼 태국의 영화역시 제법 아름다운 필모그래피를 지녔단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태국영화는 2001년 팡 형제의 느와르 영화 ‘방콕 데인저러스(사진)’였다. 그 이후 ‘디 아이’나 ‘셔터’와 같은 공포물에서 ‘잔다라’ 시리즈와 같이 자극적인 영화, 대표적인 태국영화 ‘옹박’시리즈, 펜엑 라타나누앙 감독의 ‘라스트라이프 라스트 러브’에 이르기까지 제법 다양한 장르가 소개됐다. 그러나 이정도로 배부를 리가 없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돋보이는 ‘시티즌 독’까지 첨가했으니 앞으로도 국내관객의 입맛을 채워줄 다양한 태국영화들을 기대해 보자.
홈피www.citizend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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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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