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모두 모두 안녕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
끝이 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아니, 우리는 아주 가끔만 끝을 인식한다. 후두둑 내린 장맛비처럼 어김없이 찾아온 ‘안녕’을 이야기할 음악으로 뭐가 좋을지 골몰히 생각 중이다. 무수한 후보들을 제치고 선택된 곡은 귀가 지루해질 정도로 익숙한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불렀지만 오늘만큼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 역을 맡은 주디 갈랜드(Judy Garland)의 목소리를 타고 처음 흘렀던 ‘오버 더 레인보우’가 좋을 것 같다. ‘귀가 지루할 정도로’라고 표현한 것은 사실 음악 그 자체의 매력이 사라졌다기보다 ‘마음이 지루해졌다’는 의미이다. ‘안녕’ 앞에서 처음처럼 긴장한 마음은 이내 오리지널 ‘오버 더 레인보우’가 지닌 늘어지는 음색과 가사의 매력을 살려놓는다.

도로시가 마법의 세계를 헤매는 동안 흘렀던 ‘딩동, 위치 이즈 데드(Ding Dong, The Witch is Dead)’와 ‘이프 아이 온니 헤드 어 브레인(If I Only Had a Brain)’ ‘팔로우 더 옐로우 브릭 로드(Follow the yellow brick road)’ 같은 곡들도 떠오른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마법의 세계에 빠져버린 도로시는 노래의 경쾌한 리듬처럼 무척 즐거워보였다. 늘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가 함께했고 마녀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해맑던 도로시는 아마도 분명 집에 돌아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잠시 스쳐가는 곳임을 알기에 그토록 모험을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정말 그녀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집으로 돌아왔고 나의 추측을 증명했다. 그런데 밝게 웃던 소녀의 얼굴에서, 클래식컬한 재즈풍으로 흐르던 ‘오버 더 레인보우’의 연주음악에서, 다 숨기지 못한 허전함이 슬쩍 들린다.

소읍의 간이역같이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잠시 머물던 시간들, 그것은 단지 틈을 채우는 것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문득 회오리바람으로 당도한 마법의 세계 오즈는 그저 도로시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소녀의 마음은 정말 충실했을 뿐이다. 시간은 빛바랜 영화화면에 맞물려 흘러버렸고 이제 엔딩 크레디트가 오른다. 화면이 끝나면 기억은 아물고, 잊혀지고, 각색되어 끝난 대로의 흐트러짐 없는 일상이 시작되겠지. 허수아비도 양철나무꾼도 사자와 마녀도 낮달의 자국처럼 더 이상 빛을 내진 못하리라. 하지만 분명히 하늘위에서 숨은 듯 보일 듯 늘 존재하겠지. 그래서 도로시는 무지개 너머 저편, 파란 하늘이 있고 꿈꾸던 것들이 이뤄지는 또 다른 오즈를 향해 미련 없이 구두를 두드린다. 톡톡. 안녕, 이제 모두 안녕.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