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티켓

Tickets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켄 로치, 에르마노 올미
출연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시,
실바나 드 산티스
장르 옴니버스, 드라마
시간 109분
개봉 6월 23일

로마로 향하는 기차 안, 덜컹거리는 움직임을 배경으로 일등석의 노신사(칼로 델레 피아네)는 연애편지를 쓴다. 다른 객차에서는 신경질적인 여자(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시)가 봉사자에게 온갖 짜증을 부리고 있고 또 다른 3등석에서는 챔피언스 리그 축구경기를 볼 생각에 흥분한 세 명의 축구팬이 있다. 아무 관계없는 이들은 로마행 기차표 한 장으로 절묘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관객에게 이 표는 이름만으로도 긴장되는 세 감독의 세계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매혹적인 관람티켓이 된다.

에르마노 올미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산만하고 유머러스하다. 잠깐 마주친 여인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 노신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녀 생각에 잠긴다. 머릿속으로는 연애편지를 수없이 완성했건만 컴퓨터 화면에는 빈 커서만 깜박이고 있다. 그는 객차 안의 수많은 시선과 소음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의 상상의 세계는 그 자신과 훔쳐보고 있는 관객에게만 유효하다. 에피소드 내내 흐르는 쇼팽의 ‘프렐류드'를 배경으로 섬세하고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는 달콤함을 더한다. 괴팍한 뚱보부인을 등장시킨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녀와 젊은 남자와의 관계에 대한 함정을 파놓고 관객을 유인하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미움과 롱테이크를 통한 연민을 교차시키기도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유머와 연민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북적거리는 소년 패거리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산만한 아이들이다. 우연히 마주친 알바니아인 가족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연민과 우월감을 거쳐, 결국에는 무겁지 않은 인간애로 회귀한다.
세 감독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무리 없이 주고받는다. 보통의 옴니버스식 영화가 그러하듯 전혀 다른 에피소드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결지점을 만들어놓음으로써 한편의 장편영화를 3부로 나누어 구성한 느낌이다. 하나의 틀로 모아진 ‘티켓'에서는 덜컹거리는 창밖을 보며 추억을 곱씹고, 수많은 소음 속에 소리 질러 말하고, 옆자리의 타인에게 친근하게 말 걸다가 이내 모르는 체 하는, 기차 속의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표를 쥐고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109분간의 짧지만 긴 여운을 지닌, 귀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B+ 이름 값하는 감독들, 뭉쳐도 여전히 빛나요 (수빈)
A 티켓 안 끊었다간 후회할 세 거장의 영화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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