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그 사람과 이루어질 생각을 하나요?

‘사랑을 놓치다’의 우재와 연수
21세기에는 짝사랑이 없을 줄 알았다.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해 그저 맴돌기만 하는 사람들. 하루에도 수만 건의 기술이 새로 생겨나고 문자로 사랑을 나누고 이메일로 이별하는 그런 세기에 짝사랑이라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짝사랑은 삶처럼 계속된다. 그건 사랑의 또 다른 모습처럼 아주 당연하고 질기다.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조정선수 우재를 짝사랑하는 연수는 ‘나는 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우재와 연수의 철없고 감상적인 대학시절이 지나고, 다시 사회인으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옛 동창생의 익숙함으로 가까워진다. 불쑥 연수의 시골집으로 찾아온 우재. 그를 바라보는 연수의 눈에는 떨리는 로맨스 보다는 편안함이 비친다.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잔잔하게 서로의 곁에서 머뭇대는 두 사람의 감정은 과연 사랑일까?
사랑이란 건 가끔 잔인해서 오직 진실만으로는 온전하지 않다. 목숨을 바쳐도 사랑은 기어코 이루어지지 않는 숙명적인 절대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누군가에 감사하는지 모른다. 우재와 연수는 자꾸 엇갈린다. 서로를 만날 때 누군가는 다른 사람을 짝사랑하는 중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엔 너무도 겁이 나고 자기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태다. 시간은 흐르고 기회는 지나가 버린다. 답답하기야 본인만 하겠냐마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마음이 찡하다. 사랑은 올 듯 말 듯 아리송하고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돌아간다. 좋으면 일단 좋아한다고 말하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내뱉어지는 사랑은 인내나 애태움이 없다. 사귀는 거고 아님 말고 식의 연애방식은 파일을 삭제하듯 쉽기만 하다. 짝사랑의 본질은 그 사람과 이루어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거라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절박함이 없는데도 어떻게 사랑일 수 있을까. 말할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고 앞에 섰다가 다시 뒤돌아 서는 고통과 슬픔의 시간 없이 어떻게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사랑은 그새 저 멀리 도망가 버려 결국엔 사랑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의 목적은 그 사람과 사랑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아파도 그저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든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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