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굿 나잇, 앤 굿 럭

Good Night, And Good Luck
감독 조지 클루니
출연 데이빗 스트래던, 조지 클루니
장르 드라마
시간 100분
개봉 3월 16일

Synopsis

2차 세계 대전의 종전과 함께 냉전시대가 도래했다. 스탈린, 소련과 한국전쟁의 교착상태를 통해 공산주의의 실체를 확인한 미국은 공포에 휩쌓였다.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 1950년 2월, 공화당 상원의원 맥카시가 연설 도중 서류뭉치를 들어 올리며 내뱉은 이 한마디는 집단 공포에 불을 붙였다. 그 후, 1954년까지 애국으로 가장된 반공산주의 선풍은 가라앉지 않았고 일명 ‘맥카시즘’이라는 단어가 미국 역사에 기록됐다.

Viewpoint

왼손에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들고 “굿 이브닝” 이란 짧은 인사를 건넨 날카로운 인상의 뉴스맨이 촌철살인의 멘트을 쏟아낸다. 그는 진심이 묻어나는 한마디의 논평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어지는 에누리 없는 작별인사 “굿 나잇, 앤 굿 럭”.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은 미국방송 CBS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SEE IT NOW’와 진행자 에드워드 머로우의 얘기다. 사돈의 팔촌이 공산주의자의 곁을 지나가기만 해도 공산주의자로 몰려 마녀사냥감이 되던 때에 머로우는 맥카시와의 정면 승부를 시도했고, 영화는 그 현장을 재현한다.

영화는 영화 속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25분가량의 프로그램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대의를 위해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치열한 현장을 짧은 컷 안에 담아내고, 뿌연 담배연기와 모든 풍경을 흑백으로 기록한다. 여기에 재즈 보컬 다이앤 리브스의 농도 짙은 목소리가 간간히 더해지면 관객은 ‘지적 낭만’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건 당시 방송됐던 맥카시의 자료화면을 삽입하여 리얼리티를 더하고, 대중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반인류적인 냉전체제를 주도했던 선동가에 대항할 것을 주문한다. 관객이 품게 되는 정의실현의 욕구는 반공산주의 사회의 억압과 자연스레 그 억압을 물려받을 수 밖에 없는 방송사와의 갈등 속에 증폭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진실을 추구하고, 프로답게 갈등하는 인물들을 통한 대리경험이 이뤄질 수 있다.
‘지적 낭만’과 대리경험은 인물들이 미화되기 직전의 수준에서 영화가 진행되기에 가능하다. 머로우는 영웅이긴 하지만, 몰입을 획득하고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을 정도의 관객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기준선을 중심으로 미세한 차이의 절제와 과장을 오가며 균형을 잡는 영화는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나 결국엔 성공하여 베니스영화제, 골든글로브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선전했다. 머로우 역을 맡아 열연한 데이빗 스트래던의 카메라를 향해 치켜뜬 눈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충실한 동지를 연기한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과 그들의 실루엣을 리듬감 있게 클로즈업하는 카메라워크는 담배 연기만큼이나 매혹적이다. 물론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 ‘진실보도’가 영화의 핵심이자 미덕이다. 특히 머로우의 입을 빌어 전달되는 이념에 대한 냉철한 논평 “저는 우리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공산주의를 논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등은 현재를 사는 이들의 머리와 가슴 모두를 울릴 만하다.
가장 섹시한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조지 클루니는 전작 ‘컨페션(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에서 현란한 쇼와 진행자 척 배리스를 그야말로 ‘연출’해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컨벤션’을 고려하면 감독이 지나치게 고전적이고 무난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하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굿 나잇, 앤 굿 럭”이라는 끝인사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영화는 떠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이의 뒷모습처럼 긴 여운을 남겨 감독 조지 클루니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한다.

그 때 그 시절을 말한다
미국 역사에서 맥카시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까닭에 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주로 미국 정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Emile de Antonio 감독은 ‘Point of Order!(1964, 사진)’, ‘McCarthy: Death of a Witch Hunter(1971)’을 통해 맥카시와 맥카시즘을 조명했고, 그의 충실한 반공정책 하원의원회 고문관이었던 로이 콘을 다룬 영화 ‘권력자 콘 (Citizen Cohn, 1992)’도 제작됐다. 벗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맥카시즘의 단추를 하나하나 잘랐냈던 머로우의 행적은 텔레비전 영화 ‘Murrow(1985)’로 방송됐다. 그 시절 마녀사냥의 첫 번째 표적이 할리우드였단 사실도 흥미롭다. 창작 검열에 대한 재기발랄하고 날카로운 풍자, 우디 앨런 주연의 ‘프론트(The Front, 1976)’와 같은 해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Hollywood on Trial (1976)’도 살펴볼 만하다. 홈피www.goodnight2006.com

A 진실보도에 대한 낭만적 고찰 (진아)
A 흑백논리와 흑백화면이 만들어낸 찬란한 성찰 (수빈)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