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비열한 거리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남궁민,
천호진, 이보영
장르 액션
시간 141분
개봉 6월 15일

Synopsis
삼류조폭 병두(조인성)는 앉은뱅이 밥상위로 걸쳐지는 어머니의 푸념을 들으며 아침을 먹고 착한 여동생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 건달 짓을 하러 집을 나선다. 보스는 제 몫 챙기느라 바쁘고, 겁 없는 후배가 들이대는 고달픈 병두의 일상에 초등학교 친구 민호(남궁민)가 찾아온다. 한 번도 잊어 본적 없던 첫사랑 현주(이보영)도 만나고 보스 몰래 황회장(천호진)의 손을 잡으니 그의 인생도 잠깐 빛난다. 하지만 살기위해 손에 묻혔던 핏자국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Viewpoint

인간은 먹이사슬의 최고계층에 속한다. 하지만 천적이 없어 감당 안 되게 증식하는 몇몇 동물군과는 다르게 인간계층은 제법 안정적이다. 자정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천적이 되어 누군가를 잡아먹고, 살아남지 못하면 도태되는 살벌한 야생, 그래서 이곳은 비열하다.
유하 감독은 그 살벌한 인간관계를 감독 지망생 민호를 통해 여실히 관찰한다. 폭력성에 대한 유하 감독의 고찰을 그대로 이어받은 민호는 약삭빠른 인물이다. 조폭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병두의 도움으로 제법 탄탄한 시나리오를 얻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소위 말하는 흥행작이 된다. 그 과정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건달 친구를 우롱한 그는 영화 속에서 가장 비열한 캐릭터이거니와 유하감독 자신과도 같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민호의 표정은 굉장히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폭력을 탄생시키고 소비하는 우리를 조소하면서 결국 자기 자신도 ‘폭력의 유발자’임을 시인하는 듯한 이 표정은 계속되어온 감독 본인의 고민이기도 하다.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시작된 감독의 성찰은 지속적인 시니컬함을 동반했다. 이것은 세상에 대한 애정의 또 다른 표현이었던 까닭에 세상의 폭압에 한번쯤 항의하는 인물이 등장하곤 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사회적 통념을 깨려했던 도발적 남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대한민국학교에 한방 갈겨주던 현수가 그들이다. 하지만 ‘비열한 거리’에서는 그런 인물이 없다. 그만큼 이 영화의 인물들은 앞선 인물들보다 더 무기력하고 더 평범한 인간 그대로이다. 몸에 커다란 문신을 그려 넣었건만 조폭이란 인물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급소를 가격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다리나 팔을 살짝 그어 무력화시키는 것이 조폭들 패싸움의 정체이고, 무상한 삶에 한숨을 쉬기도 하고 여동생의 결혼에 가슴 떨려 하기도 하는 것이 조폭들의 삶이다. 생김새조차 조폭답지 않은 병두는 누구보다도 더욱 인간다운 인물로 등장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다가도 전화 한 통에 커다란 칼을 집어 드는 모습은 어울리지 않지만 참 현실적이다. 조금 더 낫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남루한 인생들이 무수히 겹쳐진다.
하지만 그 비루한 생에도 조그만 위안이 존재한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첫사랑의 여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비열한 거리’에서도 현주는 남루함을 보듬고 포용하는 존재이고, 그래서 유하 감독의 작품에는 늘 그녀들에 대한 그리움이 존재한다. 현주가 부르던 노래를 그대로 부르기 시작하는 병두의 모습이나 라스트 신에 흐르는 알란파슨스 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의 ‘올드 앤드 와이즈(old and wise)’는 여러모로 전작을 떠오르게 만든다. 아마도 감독은 그런 감성적인 코드를 통해 이토록 슬픈 인생에 단꿈을 꾸는 것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병두는 민호를 보며 ‘의리에 죽고 사는 찡한 건달 얘기 만들어보라’며 뒤돌아본다. ‘의리’따위는 어울리지 않는 비열한 세상이지만, 적어도 유하 감독이 인간냄새 나는 찡한 건달 얘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한국 조폭영화의 계보도

한국 관객에게 ‘조폭영화’하면 이제 식상한 장르일지도 모르겠다. ‘친구(사진)’의 흥행을 필두로 조폭영화 바람이 분 뒤로 수많은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올 상반기에도 ‘사생결단’ ‘짝패’와 같은 영화가 개봉했으며 ‘비열한 거리’ ‘강적’ 등도 잇달아 개봉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국 영화계에 조폭영화가 하나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가문의 위기’와 ‘투사부일체’ ‘조폭 마누라’ 시리즈 등과 같이 속편이 제작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조폭영화가 액션, 느와르, 코믹, 멜로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장르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다양한 장르영화를 볼 기회를 빼앗거나 조폭에 대한 미화 등이 문제되기도 한다. 홈피 www.dirtycarnival.co.kr

B+ 연기 먹고 자란 인성씨, 폭력 먹고 진화 중 (수빈)
A 어두웠던 시절, 잊혀진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영엽)
A 비열한 거리 위 비애감 가득한 인간에 대한 기록(진아)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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