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망종

Grain In Ear
감독 장률
출연 류연희, 주광현
장르 드라마
시간 109분
개봉 3월 24일

중국의 외진마을에서 삼륜차를 끌며 각종 김치를 파는 조선족 순희(류연희). 그녀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여 감옥에 간 남편 몫까지 대신해 아들 창호를 키우고 있다. ‘망종’은 그녀의 삶을 가만히 바라본다. 극도로 움직임이 절제된 카메라는 외진마을의 휑한 풍경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때론 더 건조하게 가공한다. 사진기에서 셔터스피드를 늦추면 필름이 더 많은 양의 자연광을 흡수하듯,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봄날의 상아색 햇살을 흡수해 파스텔톤 풍경을 만든다. 건조하지만 아름다운 것. 감독은 첫 장면을 시작으로 그렇게 계속 영화의 주제를 알려준다. 순희의 삶이 그러하다. 조선족은 이방인이며, 하층민이다. 삶을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외로움을 함께할 이가 생겼나 싶더니 그녀를 배신하고, 한모금의 약수 같은 선의를 베풀어줄 이가 나타났나 싶더니 더한 대가를 요구한다. 영화는 순희를 비극의 절정으로 내몬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울지도 웃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며 죽지 않고 살아간다.

희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절망과 함께 걸어가다 때가되면 보내줄 줄 아는 것, 그리고 또 나는 나대로 내 길을 가는 것이다. 영화는 희망을 품고자 굳이 애쓰지 않아도 결국 희망을 품게 될 것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내가 순희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본래 삶이란 그러한 것이고 순희같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 된다고, 손잡고 일으켜 세워 햇살 비추는 마당으로 끌고나온다. 장률감독은 ‘삶이란 그렇게 화려한 것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쁘고 화려한 것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의도를 ‘망종’을 통해 보여준다. 감독은 재중동포 3세로, 처음 만든 단편 ‘11세’가 베니스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인 조선족이야기를 계속해나가면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를 이끌어낼 줄 아는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A- 살아갈 때 버려야할 어려운 것들 (진아)
B+ 나약한자를 위한 수줍은 위로 (수빈)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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