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제발, 후회하지 않기를
| ‘길(La Strada)’의 젤소미나와 잠파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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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고서야 진짜 사랑인걸 알았다’는 말보다 잔인한 것이 있을까. 뒤돌려 세우지 못한 사랑의 뒷모습을 후회하는 것보다 아픈 것이 있을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그럼, 후회는 숙명인가. 젤소미나가 떠돌다 병들어 죽었단 얘기를 듣는 순간, 차력사 잠파노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젤소미나는 조수로 팔려온 잠파노의 소유물이었다. 그녀는 잠파노가 쇠사슬을 끊는 묘기를 부리는 동안 모여든 사람에게 돈을 걷거나 나팔을 불었다. 그들이 유랑했던 이탈리아의 거리는 가난했고, 젤소미나를 학대하는 잠파노의 마음도 가난했다. 잠파노는 싸움 끝에 친구를 죽였고,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젤소미나는 미쳐버려 잠파노에게 버림을 받았다. 잠든 그녀를 버려둔 채 길을 떠날 때에 이미 그의 눈에는 사랑이 있었다. 길 위의 거친 삶이 그의 전부를 길들였을지언정 순진무구한 젤소미나를 길들이진 못했다. 자신의 묘기를 꿈인 냥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그도 모르게 가슴에 쌓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없다. 잠파노는 힘이 빠져버린 두 다리를 끌며 바닷가를 향했다. 그리고는 주저앉자 오열하기 시작했다. 잠파노는 온몸에 끓어오르는 후회와 분노의 슬픔을 그렇게 풀어냈다. 마치 울다가 죽어버릴 것 같이, 그렇게 풀어내야만 했다. 한때, 후회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이루고 있는 근원이 시간이고, 이 시간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생각들은 자연의 이치이므로, 과거와 미래의 나를 ‘후회없음’으로 구속하지 말자고.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예외를 만든다. 사랑을 깨닫지 못했음을,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은 시간이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기에 그러하다.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깨어있기를 바랬던, 나름대로 잘 꾸려진 삶들을 들여다보면 웬일인지 사랑에는 무심하다. 사랑은 사람과 세상과 삶을 전복시킬 수 있을 만큼 위대한 것이나, 생활에 떠밀려 버릴 만큼 유약하다. 어쩌면 우리에겐 사랑을 꿈꾸고 찾고 기다리는 일이 아닌 사랑을 깨닫는 일만이 남겨져 있을지 모른다. 잠파노가 울다 떠난 자리에 앉아 나 또한 오열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매순간 의심해야 한다.‘나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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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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