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나무는 좋아하지만 산은 좋아하지 않는다. 산은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야 하니까. 숲에 대해서는 그 중간쯤의 감정이다. 나무가 모여서 숲이 되고 숲이 모이면 산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긴 하지만, 동화 속 ‘숲’이란 신비하고 알 수 없는 마법에 둘러싸인 묘한 세계다. 나무가 울창한 숲을 걷는 생각은 그 생각만으로 평온함을 전달해 준다. 평온함, 그것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닿을 수 없어서 더욱 지독해진 사랑을 하는 카우보이 애니스와 잭이 나오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숲은 완벽한 비밀공간이다. 오직 둘만을 바라볼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이자 그 공간을 떠나면 사랑은 잊어야 하는 한계적 공간이다. 숲의 푸르름은 때론 무심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가장 재미있는 여행기로 불리는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은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친구인 카츠와 걷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숲은 자연의 무한함을 선사하고 고독한 자아와 마주하며, 함께 걷는 친구를 심적으로 의지하는 공간이 된다. 물론 이것이 색다르거나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숲을 걸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숲에 대한 애정, 트레일을 걷는 친구와의 우정, 여정에 대한 힘겨움이 여과 없이 드러나 솔직하고 담담한 감동을 실어준다. 하지만 영화 ‘리버 와일드’는 철저히 고립된 숲이라는 공간에서 악당과 대립해야 하는 모성애를 보여준다. 숲은 위험과 대립하여 혼자가 되는 폐쇄된 공간이고 스스로 도울 수 있는 자는 오직 자신 뿐인 절박함을 상징한다. 비단 ‘숲’이란 공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은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교훈을 얻는다. 조금씩 자라난다고 할까, 성숙해진다고 할까. 그건 숲과 인간이 가진 공통점이기도 하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 그 변화가 나를 바꾸고 또 타인을 바꿀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혼자보다는 함께가 아름답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