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달콤, 살벌한 연인

감독 손재곤
출연 박용우, 최강희, 조은지, 정경호
장르 멜로, 스릴러
시간 110분
개봉 4월 6일
서른이 넘었다. 곁에 남은 것은 지긋지긋한 허리디스크와 무수한 책 더미. 대학 강사하며 번듯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연애한 번 못해본 것이 요즘처럼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착잡한 대우(박용우)에게 꿈같은 여자가 나타난다. 가벼운 여자들에게 체질적으로 거부반응이 일던 그는 몬드리안의 그림을 좋아하고, 이탈리어어를 배우는 고상한 미나(최강희)에게 제대로 빠져든다. 대우의 어설픈 작업에도 의외로 넘어오는 이 여자, 정말 사랑스럽다. 그녀 집에 있는 사람도 들어갈 만큼 거대한 김치냉장고와 외출 뒤면 어김없이 묻혀오는 정체모를 흙을 제외하면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의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의심한다는 것은 사랑의 증거이기도 하다. 막 사랑을 배워가는 대우지만 워낙 습득능력이 뛰어난지라 과감한 키스법은 물론이요, 고차원적 사랑에 따르는 ‘의심’까지 배움의 영역을 넓혔다. 연인의 뒤를 캐기 시작한 순간부터 대우의 사랑은 ‘달콤’과 ‘살벌’을 오간다. 그 묘한 조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단연 박용우의 연기력이다. 전작 ‘혈의 누’에서의 우수에 찬 눈빛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소심하고 깐깐한 성격에서부터 사랑에 빠져든 뒤의 고조된 감정, 비밀을 알고 겁먹는 나약한 모습까지 목소리 톤의 고저를 수시로 바꾸며 캐릭터를 변주한다.
그와 함께 손재곤 감독이 만들어낸 독특한 대사와 구성은 제대로 맞물린다. 2000년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비디오를 너무 많이 보다가 감독이 된 킬러이야기 ‘너무 많이 본 사나이’를 연출할 때부터 그의 비범한 발상에 주목했어야 했다. ‘재밌는 영화’의 각본을 쓰던 능력을 곁들이고 로맨스에 대한 철저한 해부지식을 덧붙이니, 영화가 스릴러와 코미디, 멜로 사이에서 탁월한 균형감각으로 줄타기하며 논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연애당사자들의 우주적 사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사랑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느라 미나의 비밀을 매개로 간간이 빛을 발하던 블랙코미디가 무색해진다. 대우의 연인이 조금 더 달콤해지는 동안 영화의 끝 맛은 아쉬움에 씁쓸해진다.
B+ 사랑할 때 참아야 할 한가지 일 (수빈)
B+ 정말, 달콤, 살벌하네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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