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크래쉬

Crash
감독 폴 해기스
출연 돈 치들, 맷 딜런,
탠디 뉴튼, 산드라 블럭
장르 드라마
시간 113분
개봉 4월 6일

Synopsis

두 명의 흑인 피터(라렌즈 테이트)와 앤소니(루다크리스)는 백인 검찰 리차드(브렌든 프레이저)의 차를 강탈하고 그의 부인 진(산드라 블록)을 총으로 위협한다.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경찰 라이언(맷딜런)은 요도염에 걸린 아버지를 구해주지 않는 의료보험공단의 흑인 담당자에게 욕을 퍼붓고 순찰을 나와 흑인 PD 카메론(테렌스 하워드)의 벤츠를 세운다. 그의 지나친 단속에 화가 난 카메론의 아내 크리스틴(탠디 뉴튼)이 욕을 하자, 라이언은 그녀를 위협하며 성추행한다.

Viewpoint

‘크래쉬’는 올해 3개의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을 비롯 각본상과 편집상을 수상했다. ‘오스카가 동성애대신 인종차별을 선택했다’는 분석처럼 ‘크래쉬’는 인종문제를 다룬 영화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푸대접을 받은 흑인 청년들이 백인 검사 부부를 공격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적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검사의 아내는 멕시칸 열쇠 수리공을 모욕한다. 의료보험공단 흑인 담당자에게 요구를 거절당한 백인 경찰이 흑인 운전자를 공격하고, 흑인 운전자는 패배감에 치를 떤다. 백인 총기상에게 무시당한 이란인 상인의 적대감은 멕시칸 열쇠 수리공에게 옮겨가고 그의 어린 딸에게 총을 겨누기에 이른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러 가던 히스패닉계 여형사는 중국인 운전자와 말싸움이 벌어진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총 여덟 쌍, 각기 다른 인종이다. 이들은 영화제목 ‘크래쉬’의 뜻처럼 인종을 경계삼아 서로 공격하고, 부딪히며, 모욕한다. 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갈등이 쌓이고 분노가 증폭되면서 어떤 일,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마큼 잔인한 복수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이 서서히 극에 달한다. 동시에, 전개되는 사건의 리얼리티는 인종간의 대립에서 발생하는 적대감을 그대로 노출시켜 보는 이의 자기지각 혹은 죄책감을 일깨우고 ‘어찌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잘못된 것 같은’ 암담함을 안긴다.

굉장히 스트레스풀한 영화의 전반부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 결말에 대한 의심과 기대가 증폭된다. 그러나 힌트는 영화 시작에서 이미 던져졌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러 가던 흑인 수사관 그레이엄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다. “L.A에서는 아무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 모두 금속과 유리 안에 갇혀있지. 서로에 대한 느낌이 너무 그리워서, 서로를 느끼기 위해서 공격하고 부딪히고 충돌하는 거야.” 아슬아슬한 마지막 순간에 서서 그들은 아주 조금씩 인간성과 인간애를 회복한다. 영화가 가장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은 선과 악으로 대표되던 캐릭터들의 위치가 뒤바뀌는 지점이다. 영화는 다른 인종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을 기준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상황과 사회에서 자연스레 이식받은 편견들을 경계하고, 편견 아래 자리잡은 개인의 상처를 짧지만 깊이, 압축적으로 통찰해 드라마를 완성한다. 그리고는 상처로 인해 떨칠래야 떨칠 수 없는 편견이 빚어낼 수 있는 비극을 조용히 경고한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을 맡아 깊고 뜨거운 인간애, 연대애을 선사했던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을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와 똑같은, 그래서 자신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착한 사람들의 영화입니다. 인종이나 계급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상처에 대한 얘기입니다”라고 소개한다. 마지막, 화려하면서도 외로운 L.A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이제까지 벌어졌던 모든 사건들을 관망하며 감독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한다. 상처를 부여잡고 성난 이빨을 드러내지만 저 아래 빛나는 수 많은 불빛처럼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 사이의 비극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외로운 도시 L.A.
영화 속 L.A.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부유하기만 한다. 이 도시는 단절과 소외, 외로움의 높은 밀도 하나로 의미심장해지기까지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의 ‘콜래트럴 (Collateral, 사진)’은 ‘크래쉬’와는 조금 다르게 소통의 불가능함을 얘기한다. L.A.를 닮은 킬러 톰 크루즈는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처럼 이 도시를 떠돌다 지독하게 쓸쓸한 죽음을 맞는다. L.A.경찰이 등장하는 영화가 유독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작 ‘호미사이드(Hollywood Homicide)’부터 멜깁슨의 과거를 확인 할 수 있는 ‘리썰 웨폰(Lethal Weapon)’까지.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쉽게 일어나는 범죄를 매너리즘에 빠져 해결하곤 한다. 50년대 L.A.를 묘사해 호평을 받은 ‘L.A.컨피덴셜(L.A. Confidential)’은 이 잔인하게 외로운 도시를 필름 느와르 장르에 녹여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홈피 www.crash200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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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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