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유우지와 미오

일본 영화는 유독 죽음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뒤 그리워하는 일, 환생을 했다든가 하는 이야기쯤은 아무 것도 아니란 듯 보여주곤 한다. 그럴 땐 미리 눈 딱 감고 보기로 한 영화지만 ‘유치해’가 목 밑까지 차올라 어디 감독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일본에는 미신이 많은 탓일까, 죽음에 대한 깊은 강박관념이 없으며 지나치게 순정적인 사랑 타령이 조금 지겹긴 하다. 하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유우지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들 타쿠미와 살아간다. 아내가 없는 빈자리, 도무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일상, 자신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아들을 챙겨야 하는 유우지는 마치 누군가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듯 멍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내 미오가 아들을 위해 썼던 작은 동화에서처럼, 장마가 돌아오자 그녀는 기억이 없는 채로 나타난다. 다시 느끼게 된 아내와의 일상으로 행복한 유우지는, 그러나 언젠가 그녀가 떠나리라는 것을 안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위해 지옥의 강을 건너던 오르페우스처럼 운명에 맞서서 사랑을 지키기엔 우린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다. 죽음이 방해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위태롭다. 그 위태로운 사랑을 지키기엔 주인공 유우지는 조금 소극적이다. 그러나 다소 감상적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유우지와 미오를 연결해 주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은 소심하고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였던 그들이 서로를 너무도 원했고 결국엔 많은 것들 중에서 ‘서로를 사랑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감동적이다. 그 선택은 상대가 없다고 하더라도 삶을 무너뜨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아내 미오가 없는 일상은 조금 엉망일지라도 무던하고, 아내가 다시 나타난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으니 못해주었던 것을 모두 다 해줘야지’같은 발상은 없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즐기며 그저 마음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두 사람. 천천히 걷는 오후의 산책처럼 마음을 이끄는 그들의 사랑이, 삶이 아름답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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