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태연자약하게 살아가다가 달력을 봤습니다. 어느덧 올해도 절반 가까이 지났더군요. ‘벌써’라는 말을 연발하는 사이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갑니다. 그 속도감에 위기를 느낄 때마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피터팬의 나라로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안타깝게도 그 나라가 동화 속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 지 오랩니다. 그래서 더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베니와 준’은 그런 의미에서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울적할 때면 한 번씩 꺼내보곤 하는 보석상자 같은 영화입니다. 더 프로클레이머스(The Proclaimers)의 ‘아임 고너 비 (I’m gonna be)’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준이 캔버스 위에 색색깔의 유화 작품을 완성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경험이었지요. 이마 위에 자리 잡은 몇 가닥의 주름살을 제외하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의 조니 뎁이 나무 위에서 처음 준과 눈이 마주치는 장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중절모에 덥수룩한 머리,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매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가진 샘(조니 뎁)이 등장할 때면 언제나 마법 같은 노래도 함께였어요. 베니와 준 남매를 처음 만난 순간 빵 두 개로 그만의 묘기를 부릴 때에는 파인톱(pinetop)의 ‘부기우기(Boogie woogie)’가, 바퀴 달린 소파 위에 올라가 이리 저리 움직이며 청소를 할 때면 템플 오브 더 독(temple of the dog)의 ‘푸쉰 포워드 백(Pushin forward back)’이 흘렀습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준에게 그녀 못지않게 독특했던 샘의 존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큰 부분을 차지했지요. 건포도 광고가 무섭다는 준에게 ‘건포도가 안됐어’라고 말하는 샘, 다리미로 토스트를 굽는 샘의 엉뚱함을 이해하는 준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그들의 엉뚱하지만 예쁜 사랑도 인상적이었으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병원에 갇힌 준에게 선보였던 샘의 위문공연이었습니다. 서커스나 판토마임에 등장할 것 같은 ‘스윙잉(swinging)’이 느릿느릿 울려 퍼지면 유리창 닦이용 그네를 타고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던 그의 모습은 지루했던 일상을 거짓말처럼 마법의 시간으로 바꿔 놓았으니까요. 어느 날, 멜빵바지 차림의 조니 뎁과 ‘스윙잉(swinging)’이 생각난다면 그의 초대를 놓치지 마세요. 마법의 시간으로 당신을 안내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