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Special] Scarlett Johansson

농밀한 자아
‘매치 포인트’ 관련 소식을 처음 접하는 순간, 스칼렛 요한슨을 향한 질투가 도를 넘어섰다. 지오바니 리비시와 부부인 것도 모자라서 빌 머레이와 “I’ll miss you”라는 대사를 주고받는 그녀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발견한 2003년 겨울쯤만 해도 참을 수 있었다. 뒷조사를 거쳐 스티브 부세미와 ‘판타스틱 소녀백서’에 출연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조연이었으니 흥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디 앨런이라고…. 남성지가 선정한 ‘가장 섹시한 여자’ 따위의 순위에서 1위를 하건 말건 상관없지만 (정직하게 말하자면, 선천적으로 상관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20대 초반에 우디 앨런과 작업을 하다니 신은 참 불공평도 하셔라!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열 받은 김에 우리 조금만 더 동지애를 불살라 보자. 그녀는 8세 때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소피스트리( Sophistry)’라는 연극으로 데뷔무대를 치렀는데, 이 작품의 주연은 에단 호크였다. 영화 데뷔작은 ‘어퓨 굿 맨’의 감독 롭 라이너의 ‘노스’였고, 이 작품으로 독립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과 주연을 맡아 분발했지만 혹평을 면할 수 없었던 ‘호스 위스퍼러’ 현장에도 그녀가 있었다. 낙마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고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그레이스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자기 것으로 만든 소녀에게 로버트 레드포드는 “스칼렛은 30세에 가까운 13세다”라는 호평을 한다.
타오르는 질투의 근원지
그녀와 연관해 거론할만한 이름은 아직도 많다. 코엔 형제의 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가 필모그래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는 많은 여성들의 이상형인 콜린 퍼스의 강렬한 눈빛을 독차지했다. 2004년 작인 독립영화 ‘러브 송 포 바비 롱’에서는 존 트라볼타와 호흡을 맞춰 깊이 있는 드라마를 완성해냈고, 이 작품으로‘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이어 세번째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거장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범죄영화 ‘블랙 달리아’의 주연을 맡아 올해 9월 15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프리스티지’ 촬영 중에 있다. 6월에는 ‘아마존’이라는 작품의 촬영이 시작되고, 2003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아메리칸 스플렌더(American Splendor)’의 두 감독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풀치니의 신작 ‘내니의 일기’가 사전작업 중이다. 아참, 잊을 뻔 했다. 우디 앨런과 두 번째 인연을 맺고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전공 대학생으로 변신한 ‘스쿠프’는 후반작업 중이란다.
동질감, 그보다 더한
그만하자. 이러다가는 질투심과 자괴감에 원고를 마무리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사실 그녀는 이미 많은 사람을 울렸다.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원인이었다. 일본에 촬영이 있다는 사진작가 남편을 따라나선 샬롯은 어느 흐린 날 아침 일본 허공에 떠 있는 호텔방에서 혼자 아침을 맞는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외로워. 내 얘기 좀 잠깐만 들어 줄래’ 말을 꺼내지만, 바쁘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가까스로 ‘다음에 통화하자’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운다. 서러움을 채 토하지 못하는 힘겨운 울음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공기에 실어 스크린 저편으로 내보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역할을 맡았다고 소개되고 있는 ‘매치포인트’에서도 사실 다를 것이 없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배우지망생 노라는 상류사회가 요구하는 제도적인 것과는 도저히 섞일 수 없는 불안과 자유를 가지고 있다.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를 애타게 찾으며 침대에 누워 전화벨을 돌리는 노라의 모습에서 샬롯의 슬픔을 발견한다. 아찔할 정도로 잘 조각된 콧날을 가진 금발의 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당신은 거짓말쟁이야(You’re a liar)!”라고 절규할 때, 또 한번 가슴이 무너진다.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녀의 변신을 수도 없이 목격하겠지만, 불안의 통로를 거쳐 슬픔이라는 바닥을 발견할 줄 아는 이 성숙한 사람은, 그래서 자아와 자유를 그 누구보다도 확고히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이 배우는, 언제나 그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누군가 스칼렛 요한슨을 ‘육감적인 매력, 섹시함’이라 칭한다면 나는 그에게 조용히 다가가 “그녀는 더 농밀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리라.
Filmography
2006
아마존 Amazon
나폴레옹과 베치 Napoleon and Betsy
내니의 일기 The Nanny Diaries
프레스티즈 The Prestige
블랙 달리아 The Black Dahlia
스쿠프 Scoop

2005
매치 포인트 Match Point
아일랜드 The Island





2004
인 굿 컴퍼니 In Good Company
보글보글 스폰지 밥 The SpongeBob SquarePants Movie
굿 우먼 A Good Woman
러브 송 포 바비 롱 A Love Song For Bobby Long
퍼펙트 스코어 The Perfect Score



2003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2002
프릭스 Eight Legged Freaks








2001
아메리칸 랩소디 An American Rhapsody
판타스틱 소녀 백서 Ghost World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The Man Who Wasn’t There






1999
베이브는 외출 중 My Brother The Pig

1998
호스 위스퍼러 The Horse Whisperer








1997
나 홀로 집에 3 Home Alone 3
폴 Fall







1996
매니와 로 Manny & Lo
친구와 애인 사이 If Lucy Fell

1995

함정 Just Cause

1994
노스 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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