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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리우드에서는 금발 미녀가 대세고, 거리에선 잘록한 허리에 풍성한 스커트차림의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나에게 마릴린 먼로를 추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섹시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매혹적이었던 사람은 맹세컨대 그녀 한 사람 뿐이었다. 태어나기도 전에 은막의 뒤편으로 사라진 한 여성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묘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오늘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노마진 베이커(먼로의 본명)다. 모든 남자들의 여신이자 금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이란 존칭 뒤에는 가난이 죽기보다 싫었던 평범했던 한 여자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는 마치 그녀 삶의 축소판 같다. 그녀가 평생 백만장자를 찾아 헤매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의 먼로는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을 유혹한다. “달콤한 사랑 하실 분, 어디 없나요(Ain't There Anyone Here for Love)?” 라고 열창하던 제인 러셀과는 달리, “내성적이든 활발하든, 키가 작든 말든 상관없이 부자면 돼요”(‘Two Little Girls from Little Rock’) 라고 노래하던 그녀는 구애하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노”를 연발하며 그 유명한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를 열창한다.
“프랑스인들은 사랑을 위해 죽는군요, 하지만 난 비싼 보석을 사주는 남자가 제일 좋아요.” 무방비 상태의 표정으로 사랑스러운 미소를 날리던 그녀는 알았던 걸까.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젊음도 한순간이라는 것을. 정숙과 우아함이 중요시되었던 60년대에, 솔직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노마진 베이커는 그토록 원했던 부귀영화와 행복을 누리지 못한 채 은막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의 핑크빛 드레스와 천진난만한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외모만큼 눈부시게 빛나던 다이아몬드는 잊지 못할 잔상으로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아있다. 오늘도 그녀를 추억하며,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를 흥얼거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