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나요?
| ‘파리, 텍사스’의 트래비스와 ‘중경삼림’의 하지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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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늦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기다림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여유롭게 음악을 듣고 책을 읽다가 문득 모든 것이 지겨워지는 순간. 그것이 ‘기다림의 한계’겠죠. ‘언제든지, 어떻게 하던지 물건들에겐 유통기한이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중경삼림’에서의 대사처럼 기다림에도, 그리고 사랑에도 유통기간이 존재하나봅니다. 그래서 홀연히 등장했던 처음처럼 너무도 가볍게 텍사스를 떠나던 트래비스의 뒷모습이 불안했습니다. 제인이 또 얼마나 그를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까요. 기다림의 시간동안 사랑의 부패를 지켜봐야 하는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사랑의 유통기한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변질 또한 시작되고 있는 거겠죠? 통조림이 생산될 때 유통기한이 이미 결정돼버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다만 ‘뒷면에 표기’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숨어있는 유통기한을 찾지 못해 헤맵니다. 그래서 기다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이미 상해버린 사랑조차 비워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인과 트래비스의 사랑도 한 번의 이별을 통해 이미 변질된 채였겠군요. 그래서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그녀가 눈치 채기 전에 얼른 떠났던 걸까요. 뉘엿뉘엿 진 석양을 받던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으니 아마도 맞는 말 일겁니다. 내가 앓더라도 그 사람이 아픈 것은 보기 싫은 것이 변질된 사랑에서조차 변하지 않는 사랑의 본성인가 봅니다. ‘중경삼림’의 하지무가 메이를 기다리며 모은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 30개를 다 먹어치운 것도 그런 이유였을 거예요. 결국 기한지난 통조림, 혹은 버리지 못한 사랑을 먹은 그는 배탈이 났죠. 그는 말합니다. “난 깨닫는다. 메이에게 난 그저 파인애플 캔이었음을.” 하지만 자기 주관적인 시간개념을 가진 저는 자꾸 부정하지요. ‘아직’이라고. 나의 기다림은 여전히 괜찮은 거라고. 글쎄요. 사실, 부패가 이미 시작된 그것을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먹고 앓는다한들 그래도 기다리고 싶은 것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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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