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꿈꾸는 카메라:사창가에서 태어나

Born Into Brothels: Calcutta’s Red Light Kids
감독 자나 브리키스, 로스 카우프만
출연 자나 브리스키, 아비짓, 푸자
장르 다큐멘터리
시간 85분
개봉 4월 21일

Synopsis

억센 수세미를 들고 냄비를 닦는 푸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와 친구들은 캘커타의 홍등가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의 잡일을 돕고 있다. 아직은 천진한 그들이지만 이곳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자아이는 할머니처럼 그리고 엄마처럼 매춘을 해야 한다. 힘겨운 삶에 위로가 되는 것은 단 하나. 자나 선생님이 2년째 열어주시는 사진교실이다. 아이들은 때 묻은 손에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담는다.

Viewpoint

세상 어느 곳엔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닿아 있는 곳이 한군데씩 있다면 자나 브리스키 감독의 끈의 한 쪽 끝이 있는 곳은 캘커타의 후미진 골목어귀가 아닐까. 사진작가로써 떠났던 1995년의 여행으로 인연을 맺은 후 2년 뒤 다시 찾은 인도에서 그녀는 아이들을 만난다. 단순히 피사체로 선택되었던 홍등가 여성들, 그들의 자녀로 분류되었을 여덟 명의 아이들은 2년여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하나의 의미가 됐다. 로스 카우프만 감독은 그 세월을 축약시킨 감각적인 85분간의 필름으로 자신들이 그랬듯 관객들도 삶에 대한 어떤 의미를 찾고 공유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정확히 이루어진다.

아이들의 얼굴은 시커멓게 때가 묻고 마른 몸에 걸친 옷은 여기저기 헤졌다. 하지만 값싼 동정을 하기에 그들이 가진 것은 너무 많다. 자나 브리스키가 아이들 손에 쥐어준 카메라는 돈도, 꿈도, 인간다움도 존재하지 않는 사창가에서 지금은 없는 것을 품게 하는 꿈의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볼 때 카메라를 주는 행위가 선진국에서 재어온 구호물품을 나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화면에 담긴 아이들, 뒷골목은 호의적이지만 내려보는 시선이 아니며, 그저 동일한 높이에서 지그시 바라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자나의 애틋한 마음과 매춘하는 여성과 아이들이 가진 인간의 아름다움 등 숨길 수 없는 내면의 것들이 스크린에 옮겨져 이토록 아름답다.
삶이 핍박해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문화관련 소비라지만 아이들을 구제하는 것은 오히려 카메라를 통한 예술, 그 한가지다. 욕설도, 우울한 현실도 잠재우는 예술의 본성을 다루기에 표현방식 또한 상당히 예술적이다. 스냅사진을 이어붙인 듯한 빼어난 영상미에 감각적 음악이 적절히 배합되고 어떤 시나리오보다 매력적인 진짜 삶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진실성으로 무장한 다큐멘터리가 형식미까지 갖추자 호소력은 배가되어 2005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수상의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방콕 국제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의 여러 영화제와 협회에서 영화가 승승장구했듯이 아이들이 찍은 사진도 유명세를 탄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되고 옥스퍼드 서점에서 전시되며 세상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운이 끝까지 따를지는 미지수다. 세상의 관심은 한순간의 흥미로움이며 그 일시적인 시선을 먹고 자라기에 아이들은 한결같은 사랑의 공급을 원한다. 그렇다고 끊임없는 관심으로 모두 다 행복해질 수도 없다. 자나의 끈질긴 노력으로 들어간 학교에서조차 누군가는 자퇴하고, 누군가는 견뎌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의 문제로 남겨지는 것이다. 소녀 푸자는 “인생은 원래 그렇게 슬프고 힘든 거잖아요”라며 웃어 보인다. 결국 지구어디든 사창가가 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일시적인 관심이 생기고 또 사라지겠지만 그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정작 끊임없는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은 이런 아이들도 살아갈 수 있음에 내심 안도하고 있었던, 끝까지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못난 목격자들이 아닐까.

진심은 통한다, 다큐멘터리의 매력

다큐멘터리는 극영화와는 다르다. 화려한 영상이나 스토리의 흡입력을 조장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진실의 기록이기에 더욱 폭발력 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때로는 문제제기를 하기도 하는데 2003년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감독의 ‘화씨 911’이나 햄버거와 함께한 실험다큐 ‘슈퍼사이즈미’는 그런 면모를 잘 드러낸다. 그런가하면 박기복 감독의 ‘영매(사진)’나 ‘목두기 비디오’는 공포영화보다 더 섬뜩한 공포가 체험가능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말처럼 ‘우리는 가식의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가끔은 숨겨진 진실, 혹은 스쳐지나간 일들을 다큐멘터리로 낱낱이 목격해보는 것은 어떨까.

A+ 동정보다 진심이, 슬픔보다 웃음이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k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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