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내 곁에 있어줘

Be With Me
감독 에릭 쿠
출연 테레사 첸, 싯 켕 유,
에잔 리, 린 포, 치우 성 칭
장르 멜로, 드라마
시간 93분
개봉 4월 27일

Synopsis

부인을 잃은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요리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소녀는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샘이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샘에게는 이성 친구가 있다. 모든 것이 좀 느린 경비원 패티(싯 켕 유)는 우아해 보이는 회사 여직원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자신이 없는 그는 그녀의 주위에서 계속 맴돈다. 눈과 귀가 먼 테레사(테레사 첸)는 절망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Viewpoint

어쩌면 우리의 삶은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온전히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릭 쿠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불필요한 일체의 잡담들, 혹은 으레 등장하리라 믿는 통속적인 대화는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고, 배우들은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많은 것을 표현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느끼는 영화’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잦은 클로즈업은 내면에 담겨있는 모습을 가늠할 수 있을 만큼 가깝게 거리를 좁힌다. 이러한 영화의 접근방식과 가장 흡사한 인물은 테레사다. 그녀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지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노인과 소녀, 경비원의 이야기가 묘한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진행되고 있을 때, 테레사의 자전적 이야기는 그들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놀라운 인생의 섭리를 일깨운다.

이 모든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외로움'이다. 부인을 잃은 노인은 더 이상 함께일 수 없는 남겨진 자의 외로움을, 여자의 주변을 맴도는 경비원은 홀로 가슴앓이 해야 하는 짝사랑의 외로움을, 동성 애인을 향한 순애보를 간직한 소녀는 진실한 사랑이 깨지는 아픔에서 비롯된 외로움을 겪는다. 이러한 외로움은 사랑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테레사는 말한다. 온갖 시련의 아픔으로 우리의 육체가 소멸해도 사랑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사랑은 그 의미를 상실할 때 비로소 사라지는 것이라고. 따라서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모두는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또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 노력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에 삶은 외롭지 않다. 고통의 순간,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어주는 타인의 손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가 된다.
그러나 감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그는 가장 중요한 테마를 맨 아래에 남겨두고 마법 같은 솜씨로 온갖 에피소드를 버무려 압축시킨 다음 판도라의 상자를 관객에게 건넨다. 관객은 감독이 창조한 세계에서 판도라와 똑같은 방법으로 희노애락을 경험한 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희망과 조우하게 된다. 사랑, 절망, 희망에 대한 영화를 찍고 싶었던 에릭 쿠 감독은 2003년 여름, 불현듯 그의 인생으로 들어 온 테레사 첸을 통해 희망을 알았다. 그녀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으며, 사랑하는 연인조차 크리스마스 날 그녀의 곁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의 크리스마스선물을 매해 준비하는 ‘희망에 대한 믿음'은 조용한 위로다. 이 조용한 위로가 일파만파 여운을 남기는 가운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테레사의 마지막 대사가 울린다. “내 곁에 있어주세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러면 내게서 미소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에릭 쿠의 신작, 전주에서 만나보자
이런 웰메이드 영화를 한 편 보고 나면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지는 동시에 차기작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에릭 쿠의 차기작은 너무나 빨리 우리 곁에 찾아왔다. 지난 11일, 전주국제영화제 티켓 예매가 시작된 지 한 시간 삼십분 만에 주말 상영분이 매진됐던 ‘디지털 삼인삼색 2006’의 ‘휴일없는 삶(No Day Off, 사진)’이 바로 그것이다. 다레잔 오미르바예프,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과 함께 작업한 이 프로젝트 영화에서 그가 선보일 작품은 ‘휴일 없는 삶’으로 싱가포르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 한 여인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라 한다. 이례적으로 올해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는 감독의 회고전이 아닌 ‘디지털 삼인삼색 회고전’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하니, 에릭 쿠의 신작에 대해 애정 어린 기대를 해보아도 좋겠다.
홈피 blog.naver.com/bewithme2006.do

A+ 삶과 사랑에 관한 사려 깊은 고찰 (영엽)
A 말하지 않아도,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군요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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