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요

‘어바웃 러브(The Truth About Love)’의 앨리스와 아치

얼마 전 대단원의 막을 내린 ‘굿바이 솔로’의 여파가 꽤 오래 간다. 온갖 희망적인 단어들로 꽁꽁 싸매놓은 나약한 마음은 정곡을 찌르는 대사들로 무장해제 돼버렸다. 그 중 민호(천정명)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린 남에게보단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구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며 ‘왜 그랬을까’를 수백 번 되뇌고 가슴을 치던 내가 움찔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나를 원망하는 편이 훨씬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얼마나 극복하기 힘든 행동인지 깨달았다. 결국 스스로 입힌 상처를 대신 치유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 ‘You are gorgeous’라고 말해줄 사람이 절실했다. 남편이 바람난 걸 까맣게 모르는 앨리스와 지루한(혹은 지독한) 삼류 포르노 영화를 함께 봐주고,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알려주고, 우울한 날이면 우스갯소리로 그녀를 웃게 만드는 아치 같은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래디쉬 씨앗’처럼 은밀한 고백이 아니어도 좋으니, 그저 지친 날 어깨를 빌려줄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됐다. 너무 눈부시게 빛나서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사람보다도, 빛나지는 않지만 적절한 배려로 상대방을 빛나게 하는 사람 말이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해준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좀 더 씩씩하고, 발랄하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제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알았으니, 찾는 일만 남았다. 우선 깨닫지 못하는 사이, ‘스탠 바이’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감격스러운 상봉의 순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처럼 대사를 날릴 테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웃으며 화답하던 헬렌 헌트처럼, 그도 그렇게 대답할까. “아마도 제 인생 최고의 찬사인 것 같군요.”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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