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국경의 남쪽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랄프 파인즈, 레이첼 웨이즈
장르 드라마, 스릴러
시간 129분
개봉 4월 20일

Synopsis 1975년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태어난 김선호(차승원)는 끼 많던 어린시절을 지나 만수예술단 호른 연주자가 됐다. 4·15 태양절 축제 때 만난 시원시원한 성격의 연화(조이진)와 사랑을 키워 결혼하자고 청혼까지 했는데, 남쪽에 있는 할아버지와 연락한 것이 발각 돼 국경을 넘어야 한다.

Viewpoint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비극에 의해 창조된 굵직굵직한 영화들은 저마다 성공을 거뒀다.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과 비교했을 때 ‘국경의 남쪽’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전쟁드라마가 아닌 멜로드라마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 중 한사람은 남고, 한사람은 국경을 넘었다. 둘은 만날 수가 없었고, 시간에 힘에 밀려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생활을 꾸렸다. 특집다큐멘터리에서 보고 안타까워했던 이 사연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이 ‘국경의 남쪽’이다. 까칠한 얼굴의 차승원이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포스터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포스터만큼 자극적이거나 로맨틱한 신파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짝’ ‘장미와 콩나물’ ‘현정아 사랑해’ ‘아줌마’ 등의 드라마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던 안판석 감독은 그 특유의 담백하고 소소한 얘기를 스크린 위에 풀어놨다. 감독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극단에 처하면서 자기성찰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국경을 넘은 선호의 남쪽생활에 집중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려고 갖은 애를 쓰지만 매번 좌절을 경험하고, 좌절을 맞는 중간에 발견한 위로의 손을 잡는 것이 첫 번째 극단이다. 두 번째 극단은 어쩔 수 없었던 현실과의 타협이 죄책감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이제는 추억 속의 사람으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연인이 산 넘고 물 건너는 것도 모자라 총알 세례를 받아가며 그를 찾아온다.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 등장하는 평양 시내 세트는 꽤 큰 스케일을 자랑하며 눈을 즐겁게 한다. 가벼운 리듬을 만들기 위해 삽입된 듯한 코믹요소가 때때로 작위적인 느낌을 내며 스크린 위로 튀어 오르지만, 사랑이 극단에 부딪치고 드라마가 깊어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부조화는 줄어들고 두 캐릭터의 진심이 그 자리를 채운다. 분리된 공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설득력을 획득하면 포스터만큼 자극적이진 않더라도, 포스터가 담고 있는 감정적 무게는 서서히 밀려들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첫 멜로에 도전한 차승원은 화려함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남루한 선호를 잘 챙겨 입었다. 신인 조이진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고, 극단에 서 있는 남쪽의 여인 심혜진의 자연스러움은 이 영화를 통해 스물다섯번째 필모그래피를 완성한 그녀의 내공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극 전반을 떠받치는 선호의 가족들을 연기한 송재호, 유해진, 이아현 등 조연들의 힘도 느낄 수 있다.
드라마로서 갖출 것은 다 갖췄으나 소소하고 담백한 것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선천적인 아쉬움이 있다. 스케일과 파급력의 부재를 보상해줄 만한 특기 없는 영화는 진심은 넘치지만 매력적이지는 않은 친구 같다. 착하고 가볍고 평범한 시선을 조금만 자제하고, 리얼리티와 비극, 슬픔을 직면했더라면 한국관객이 허진호 감독의 드라마를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씀씀이를 다시 보여줬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국경의 남쪽’은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방점을 찍는 것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국경의 남쪽’에서 선호는 생사를 넘어 자신 앞에 나타난 연화를 부여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연인들의 이별과 ‘서로에게 잘못 전해진 소식’은 러브스토리를 비극으로 만드는 오랜 요소다. 설명이 필요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려보라. 전쟁에 나갔던 내님의 전사소식을 듣고 거리의 여자로 전락한 ‘애수(Waterloo Bridge, 사진)’의 마이러(비비안 리)가 멀쩡하게 살아 돌아온 그를 기차역에서 발견했을 때의 순간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리버럴한 스타일의 터키영화 ‘미치고 싶을 때(Gegen Die Wand)’에서는 ‘기다리지 못함’의 슬픔이 극대화된다.
홈피 www.southoftheborder.co.kr

B+ 참을 수 있는 슬픔의 가벼움 (진아) B+ 분단된 사랑, 통일된 연기력, 안정된 영화 (수빈)
B+ 웃어야 할 장면에서조차 눈물이 난다 (영엽)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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