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수학, 생물학, 화학, 하면 그야말로 학을 뗐고, 여전히 그런 면이 다분하다. 한번은 통계학을 전공하는 친구와 지하철을 탔는데, “이 세상 모든 것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어. 여기에 있는 이 손잡이들도 말이야”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매트릭스’에서 빠르게 흐르던 각종 기호들이 턱 떠오르면서 그 친구는 타인이 됐고, 내가 알던 따뜻한 세상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변했다. 역사학 시간에 역사철학을 언급하던 교수님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즉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철학에서의 존재론적 시간과 다르지 않음을 말씀하셨다. 철학자와 예술가, 과학자를 동시에 소화했던 아주 먼 옛날의 위인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증거로 세계의 진리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결국 한 지점으로 수렴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학의 한계를 과학으로 해결하려했던 역사는 결국 과학의 한계를 다시 발견했고, 진리는 오로지 종교적인 맥락에서만 존재한다는 결론이 생겨나기도 했다. ‘X파일’에서의 진실이 언제나 저너머에 있듯이 말이다. 지하철의 손잡이를 숫자의 행렬로 이해했던 친구처럼 영화 속 과학의 등장은 약간의 이질감을 발생시키며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생활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들을 암호로 인식하여 풀어냈던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 수학자 존 내쉬. 그가 도서관 유리창에 사인펜으로 적어놓은 각종 공식들은 낯설지만 시나 그림과 다를 바가 없다. 팀 로빈슨과 멕 라이언의 싱거운 로맨틱 코미디 ‘아이큐’는 아인슈타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아무 것도 모르던 정비공이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하던 공식을 ‘느낌으로’ 증명해 물리학박사로 거듭난다는 설정을 담고있다. 진실을 구하는 것에 있어 방법의 차이는 작은 문제기에 과학을 환영한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접근하다보면 저 너머의 진실이 이리로 올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