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rd League]너구리에 홀려 불가능을 꿈꾸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Princess Raccoon
감독 스즈키 세이준 시간 111분 장르 뮤지컬 제작년도 2005
동화책 속 세상이 진실 같아 보이던 시절, 환상적인 것을 좋아하던 나는 이루고 싶은 소원조차 ‘백마를 타는 것’이었다(그래도 ‘백마탄 왕자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자). 하지만 현실의 간극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자란 지금, 동화는 하나의 코미디다. 그래서 온갖 동화의 총체인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우습기 그지없다.
동화 속 세계에서 불쌍한 백설공주는 아름다움을 시샘하는 계모 때문에 쫓겨났고, 운명적이지만 사랑해선 안 될 상대를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난을 겪었으며, 공주님을 살리기 위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왕자님이 있었다. 그 모두가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에 있다. 아들의 미모를 시기하는 아버지 때문에 쫓겨난 아메치요(오다기리 죠)는 아름다운 공주 타누키히메(장쯔이)를 만나지만 그들은 사랑해서는 안 될 인간과 너구리 사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메치요 목숨을 구하다 너구리공주는 상처를 입게 되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는 극락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려줘야 한다.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신선이 노니는 천상의 세계처럼 환상적인 공간에 펼쳐진다. 의상과 구현방식은 일본식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뮤지컬, 오페라, 연극을 넘나드는 연출은 꽤 다국적이다. 직접 그린 무대세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CG로 그럴싸하게 구현된 환상적 배경이 등장하고, 넓게 트인 진짜 바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완벽성을 위해서라기보다 해학성을 나타내기 위한 도구 같다. 배우들의 율동은 어색하고, 산만하게 교차되는 설정과 과장된 연기는 조잡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80세가 넘은 스즈키 세이준 감독이 만들어낸 ‘의도적 조잡함’이기에 ‘톡 까놓고’ 웃고 즐길만하다. 기분 좋게 동화가 끝나면 뻔한 코미디 임에도 다시 약간의 비현실성에 빠진다. 오다기리 죠 같은 남자를 만나는 상상. 물론 그것이 ‘백마 타는 것’ 보다 훨씬 빨리 포기해야 할 꿈이란 것은 당연히 알고말고.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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