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마이클로스 로자의 음악을 추억하다

스펠바운드 Spellbound

작년 2월에 열린 제 77회 아카데미 시상식,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가 감독상 수상의 고배를 마시자 이런 기사가 떴었다. ‘이로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 로버트 알트만과 함께 아카데미에서 5전 5패한 감독으로 기록되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알프레드 히치콕은 유독 감독상과 인연이 없었다. 21세기인 지금까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그이지만, 시상식에서는 번번이 쓴 맛을 봐야 했다. 그것은 194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해 시상식에서 마이클로스 로자는 웃고, 알프레드 히치콕은 울었다. 유감스럽지만, 히치콕을 경외하는 사람 중의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에는 의의가 없다. ‘스펠바운드’는 히치콕의 수많은 걸작 중 최고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를 구성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적인 디자인과 마이클로스 로자가 만들어낸 드라마틱한 음악만큼은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닝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서곡은 오페라의 시작을 연상케 한다. ‘주말의 명화’에 반드시 등장할 것만 같은 낭만적인 선율은 마치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곧이어 등장하는 금발의 미녀 잉그리드 버그만과 너무 멋진 그레고리 펙의 로맨스가 진행되고, 음악은 주구장창 황홀하다. 미리 말하자면, 살인 사건의 뒤를 쫓으며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전에서조차 로자의 음악은 긴박하다기보다 낭만적이기 그지없었다. 때문에 혹자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직설적인 로자의 음악은 히치콕의 감성과 아주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리와 함께 작업하게 된 의도를 설명하던 히치콕의 말을 빌려 그 당위성을 말하고 싶다. “저는 영화 그 자체보다도 더 명료한 이미지를 얻고 싶었습니다. 달리 작품이 갖고 있는 날카롭고 예각적인 구성 때문에 그를 원했던 겁니다” ‘스펠바운드’는 히치콕과 마이클로스 로자의 마지막 작업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로자의 음악이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코멘트로 정당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칼럼을 쓰느라 다시 한 번 플레이어에 이 작품을 걸었다. 섣불리 해본 추측이었지만, 아무래도 틀리지는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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