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 하얀거탑, 충무로가 들썩
이따금 떠오르는 병원에 얽힌 기억. 대체로 기분 좋은 것들은 아니다. 특히, 어린 시절 주사바늘 앞에서 느꼈던 '공포'란…. 백의의 천사를 마귀할멈으로 만들어버린 그 때,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치고만 싶었던 그 때야 말로 생애 가장 '절실히' 탈출을 원하던 순간이 아니었을지. 그 때문일까. 특히나 무덥다는 올 여름, 충무로에는 유독 의학스릴러가 대거 포진해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영화판 하얀거탑, 가능할까?
임창수 대학생기자/tangerine51@nate.com
해부용 시체를 둘러싼 의문의 살인 <해부학교실>

<해부학교실>은 의대 본과 1학년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해부용 시체, '카데바'를 둘러싼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려낸 공포물이다. 졸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해부 실습. 여섯 명의 학생들에게, 가슴에 장미문신이 있는 여자의 시체가 주어진다. 최고의 외과의가 되겠다는 목표 앞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지만, 은근한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 그러나 첫날부터 알 수 없는 악몽과 환영이 그들을 괴롭히면서, 죽음을 부르는 공포의 실습이 시작된다.
의사로서 미성숙한 존재인 주인공들과 그들이 거쳐야 하는 관문인 해부학 실습. 그리고 거듭되는 죽음에 그 공포의 근원을 두는 양상은 얼핏 <스크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등의 하이틴 슬래셔물이 떠오르게 하지만, <해부학교실>은 단순한 머릿수 채우기 식 퍼레이드 죽음이 아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와 단단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심리적 공포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다.
<해부학교실>의 연출을 맡은 손태웅 감독 또한, 봉준호 감독과 <플란다스의 개>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으며 단편 <필통낙하시험>의 평단의 호평 등 주목할만한 이력의 소유자다. 또한 한지민의 스크린 데뷔작이며, <피터팬은 울지 않는다>로 주목 받은 신인 온주완과 <알 포인트>의 오태경이 출연한다. 얼기설기 얽혀있던 이야기들이 뭉쳐졌을 때, 비로소 묵직하게 엄습해 올 차가운 실습실의 공포. 그 실체는 올 7월에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1942년, 병원에선 무슨 일이? <기담>

'기담(奇談)',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그 기이한 이야기의 배경은 1942년의 경성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외에도 시대적 감성과 콘셉트까지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계획인 셈. 덕분에 시대상을 반영한 건물양식과 의료도구 등을 훔쳐보는 재미 또한 쏠쏠할 듯 하다.
영화 <기담>은 최초의 서양식 병원, '안생병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둘러싼 세 가지 이야기로 꾸며진다. 일제의 제국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던 그 때, 안생병원에 부임해 온 엘리트 의사 부부 '인영'과 '동원'은 심약한 의대실습생 '정남'과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천재의사 '수인'과 함께 병원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때마침 교통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10살 소녀와 자살 여고생의 시체가 병원으로 실려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밤마다 스산하게 병원을 적시는 소녀의 불경 소리는 이어질 비극을 예고하는 듯 하다. 연일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경성거리는 온통 흉흉한 소문으로 뒤숭숭하고, 서서히 펼쳐지는 저마다의 사연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섬찟함 뒤에 깊은 사랑을 감춘 '기이한 이야기'. 1940년의 경성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이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진구는 유약한 의대 실습생 '정남'으로, 김보경은 매력적인 신여성 의사'인영'으로 출연하며, 김태우가 인영의 남편 '동원' 역으로 등장한다. 8월 개봉 예정.
상처와 각성, 최면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 <리턴>

장준혁, 그가 돌아오는 것인가. <하얀거탑>의 김명민이 다시 한 번 외과의사 역할을 맡았다.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외출이라는 점 외에도, 그의 외과의사 연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마치 장준혁의 재림을 말하듯, 영화 제목 또한 <리턴>.
영화 <리턴>은 '수술 중 각성'이라는 독특한 의학현상을 소재로 삼아, 내밀한 감정연기와 디테일을 살린 구성으로 제대로 된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만들어 보이겠다는 포부다. '수술 중 각성'이란, 수술 중에 마취에서 깨어나는 현상으로 미국에서 2000명에 한 명 꼴로 일어나는 원인불명의 의학현상. 환자는 육체는 마비된 상태지만 정신은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의 고통을 온전히 모두 느끼게 된다고.
<리턴>은 끔찍한 상처와 기억, 봉인과 해방을 끼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그려나간다. 수술 중 각성을 경험한 10살의 소년 '상우'. 그는 수술 당시의 끔찍한 충격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정신병원에 격리된다. 거듭된 최면치료를 통해 겨우 기억을 봉인한 그는 서서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고,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다. 그로부터 20년 후, 촉망 받는 외과의 '재우'는 마취과 전문의 '석호'와 정신과 전문의 '치훈'의 도움을 얻어 마취가 되지 않는 환자에게 최면을 이용한 수술을 감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들을 덮쳐오는 죽음과 사건들. 뚜렷한 단서 없이 쌓여가는 의문 속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 <리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명민 외에도 <얼굴없는 미녀>에 이어 또다시 정신과 의사를 연기하는 김태우, 그 밖에 유준상, 정유석, 김유미 등이 출연한다.
http://camhe.com/default.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