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기다려봐 배우 신민아

숱한 폐인을 양성해 낸 드라마 ‘마왕’이 이제 정말 ‘끝’났다.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완성된 타이틀이 걸리는 순간이다. ‘마왕’은 신민아에게 특별한 드라마였다. 흥행대작이라고 칭하기엔 시청률이 부족하고, ‘그저 그런’ 이라고 표현하기엔 마왕폐인들의 가슴에 남은 스크래치가 너무 깊다. “물론 흥행은 안됐지만 마니아 분들이 많았어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배우를 굉장히 아껴주셔서 놀랐고요.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사랑은 반비례하는 것 같아요. 시청률이 높거나 인기가 좋은 게 다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의아하다 - 도전, ‘무림여대생’

마왕이 끝난 요즘 그녀는 주연을 맡은 영화 ‘무림여대생’ 홍보를 시작했다. ‘무림여대생’은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으로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이젠 전 세계를(!) 사로잡은 곽재용 감독의 작품이다. 신민아가 맡은 캐릭터는 무림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 가문의 외동딸 소희 역. 영화는 극 중 유건의 역할인 ‘준모’를 만난 후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소희가 무술을 때려치우고 아이스하키 팀에 들어가며 시작되는 좌충우돌 갈등과 로맨스를 보여준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와이어 액션도 많았고 아 무래도 남자인 온주완의 습득 속도는 못 따라 가겠더라며 무술촬영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곽재용 감독은 꼬마천재 같은 분이에요. 순간순간 기발함이 돋보이시거든요. 흔히 ‘감독’ 하면 느껴지는 카리스마보다는 배우를 편안하게 해주시는 그런 분이어서 함께 작업하기 즐거웠어요. 무엇보다도 곽재용 감독님의 천재성은 여배우의 매력을 잘 살리는 감독님이기에 기대가 되죠. 그리고 지금 어리니까, 지금 아니면 못 할 연기이니까, 어릴 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아이고, 당사자인 신민아보다 나의 기대가 모르긴 몰라도 더 클 걸. 엉뚱하고, 눈치도 없고, 산만하고, 힘도 센, 만화 캐릭터 같은 소희. ‘내 스타일’ 일 가능성 약 142퍼센트. 흐흐.
의외다 - “난 재밌던데”
신민아의 이른바 ‘경력’은 중학교 2학년부터 시작된다. 잡지모델로 시작해서 의류모델, CF, 뮤직비디오를 거치고 결국 다다른 곳이 ‘연기’였다. 연기를 목표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떠보니’,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끼가 있었어요. 장기자랑 나가서 춤도 추고 그랬으니까요. 주위에서 다들 텔레비전에 나가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막 우연이라고 하기도 좀 그래요.”
하지만 아무리 준비된 우연이 밑받침이 되었어도 누구보다도 일찍 찾아온 기회는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을 터. 언제나 사람들의 눈이 그녀를 따라다니고, 그녀의 성공과 실패는 마치 그들이 정하는 것이라 여겨졌을 테니까 분명 힘들었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후회는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사람들의 평가보다 신민아가 더 마음 쓰는 건 ‘그 시간’에만 가능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지나간 것. “기회가 일찍 찾아온 것에 후회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다만 경험이 연기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전 학교 생활도 제대로 못했으니까요. 남자친구도 많이 만나봤었다면,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신나게 놀아봤다면. 그 때 했어야 진짜 경험이 될 수 있었을 것들을 생각할 때엔 조금 아쉽죠. 저는 악플이나 이상한 사진 같은 거는 이상하게 속상하지 않아요. ‘신민아, 저주받은 하체’ 같은 글 보면 난 재밌던데.” 자기 악플을 보며 함께 웃다니! 이건 절대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게 아니다. 표정에서부터 한껏 여유가 느껴진다. 신민아의 가녀린 몸속에 어쩜 저리 큰 추가 하나 들어있는지. 그녀는 보면 볼수록, ‘빗나간다’. 오예.
흥미롭다 - 스물 넷 그녀의 통찰

배우 신민아 말고 스물 네 살의 그녀, 대학생 신민아는 어떤 사람일까. “가족이 다섯 식구거든요. 혼자 사는 여유가 예전엔 꿈이었어요. 혼자 책 보고, 창문 열어놓고.. ‘나 저거 해야 되는데~’ 했는데.(웃음) 지금은 혼자 살면서 그런 여유를 갖게 되요. 독립심도 들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거에 만족스러워요 요즘.”
사뭇 밝아진 인터뷰 분위기에 편승해 미니홈피의 음악도 범상치가 않다고 말을 꺼냈다. 평소 제3세계 음악을 좋아한다는 신민아. 대체 신민아는 누구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신민아가 웃으며 대답한다.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책, 음악을 특이하다고 해요. 제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에요. 어릴 적 놀러갔던 휴양지에서 들은 음악, 어릴 적 보았던, 명작 만화가 아닌 유럽 만화영화들. 그 영화 속 집시음악들의 영향이 커요. 제 친언니도 저랑 비슷하거든요.” 지나간 스무 살, 지금 스물 네 살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대답을 해 줬다. “열다섯 살 때부터인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일곱 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열일곱 살에 여자가 되는 것 같아서요. ‘당신만 아세요, 열일곱 살이에요’ 하는 노래도 있잖아요. 소녀 같고 아기 같은데 섹스어필도 되는, 로리타같은 느낌. 그런데 열일곱 살도, 스무 살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한참이나 지나가버렸어요.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는데 숫자는 막 변해가니까. 지금 제 나이인 스물 넷은 ‘정말’ 여자, 여인이 되는 준비하는 시간이 아닌가 해요. 지금이 시작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도, 개인으로서도. ‘무림여대생’ 끝나면 오래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쉬면서 공부도 하고 싶고, 여행도 하고 싶어요.

감탄하다 - 여배우의 욕심

신민아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작품들이 다 ‘튄다’. 스크린 데뷔작부터가 1초만 보아도 초 강한 ‘화산고’, 색감부터 스타일링까지 모두 감성적이던 ‘이 죽일놈의 사랑’, 전무후무한 아, 감동의 그 영화 ‘달콤한 인생’, 독특한 캐릭터와 분위기를 선보인 ‘마왕’까지. 의식적으로 고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선택한 캐릭터들은 아픔이 있는 캐릭터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었더니 그녀는 ‘달콤한 인생’을 꼽았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을 좋아했어요. ‘희수’가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여서 관객들에게는 좀 모호하게 다가가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기회가 된다면 그런 느낌의 약간은 정형화된, 팜므파탈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관객 분들은 ‘야수와 미녀’ 속 ‘해주’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신민아에게 제일 어울리는, ‘신민아 이미지’가 이미 관객의 머릿속에 박힌 모양이다. 그러나 신민아는 아직 도전하고픈 연기가 많다. “‘신민아 왜 저런 영화해?’ 라는 댓글도 많이 봤어요. 그런 댓글을 보면 대개는 속상해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안 속상해요. 그냥, ‘그래. 기다려 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아직은 ‘신민아’라는 이름 앞에 주어지는 시나리오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 ‘나는 이게 아닌데’를 느끼기도 하지만, 신민아는 쉽게 좌절하거나 하지 않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떨리지만 흥행이 될까 두려워서는 아니다. “흥행이 안 되더라도 ‘와 신민아, 저런 면이 있었어?’ 를 느끼게 해 드리면 저는 그게 더 만족스러워요. 즐겁기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 저도 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즐겁기 위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런 걸 너무 예술적이라든지 상업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나누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원하는 연기가 분명 있죠. 그런 기회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전 아직 보여줄 게 많아요.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녀를 기다리며

신민아의 “기다려 봐!” 라는 이 한마디 말에 왠지 모를 통쾌함을 느꼈다. 왜 통쾌했냐고? 확신을 받아서? 호언장담의 시원함? 아니야. 그 무엇도 아닌, 그 말을 할 수 있는 신민아를 상상한 적 없었으니까. 신민아는 아마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톡 치면 부러질 듯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알아. 가장 열정적인 사람은 때론 가장 덤덤하다는 것을. 생의 의지로 가득 찬 나무가 쉽게 꺾이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부지게 감싸는 것처럼 말이다. 생글생글 미소, 맑디맑은 눈망울, 시원시원 팔다리, 투명한 피부가 그녀를 싱그러운 나무처럼 보이게 했던 첫인상과는 또 다른 의미로, 그녀는 아름다운 나무였다. 기다리던 어느 날 그녀를 만난다면 팔랑팔랑 손을 흔들꺼야. 그녀가 지금처럼, 신민아 다울 수 있도록!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사진 임민철 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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