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탈모에 관한 그 남자의 사정

삶에 지친 배나온 40대 아저씨. 우리가 흔히 ‘탈모’ 혹은 ‘대머리’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각박한 현대사회가 야기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환경오염으로 이제는 20대 역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전 국민 10명 중 1명이 갖고 있는 탈모 스트레스.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01 아무런 걱정 없이 학교 운동장을 활보할 때는 몰랐다. 02 그러나, 대학생이 되고나서 시작된 조금은 잦은 음주 때문일까 03 허걱! 머리가,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 경악! 04 설마, 조금만 관리해주면 곧 괜찮아 지겠지. 입대를 앞두고 있는 터라 신경쓸 겨를도 없는데.

05 입대를 하고 얼마 후, 군화를 거꾸로 신었다는 여자친구의 편지에 충격에 빠졌다. 헤어지자고…? 모든 게 다 이 벗겨지는 머리 때문인 것만 같다. 06 군대도, 탈모도 다 벗어나고 싶다. 타들어가는 마음만큼 담배도 타들어간다. 07 그래 이젠 제대도 했으니, 다시 태어나는 거야! 탈모 수술을 해서라도 꼭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고 말겠어! 08 머리카락도, 여자친구도 모두 다시 내게로.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올해 24살의 박재현(가명)씨는 불과 1년 전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바로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찾아온 탈모 때문. 지난 5년간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들로 고통받았던 그는, 그러나 현재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과연 그는 어떻게 탈모를 극복했을까.

한없이 즐거웠던 고등학교 시절. 그러나…

“모범생은 아녔어요. 그렇다고 사고뭉치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죠. 그래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운동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즐겁게 지냈어요.” 재현씨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걱정 없이 지내던 그에게 탈모의 징조가 보였던 것은 고3 수능시험이 끝난 뒤. 하지만 그때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외가 쪽이 탈모 증상이 있어요. 그러나 아직 어렸기 때문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신경 쓰지 않고 넘겼죠.” 그는 이때 아무 조치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술과 함께한 캠퍼스의 낭만. 즐거움의 크기만큼 이마는 넓어지고

2002년 재현씨는 드디어 대학에 입학한다. 고등학생 때 그토록 염원하던 캠퍼스의 낭만! 게다가 집을 나와 자취를 하면서 그는 한없는 자유를 만끽했다. “1주일에 6번은 술을 마셨어요. 일요일 딱 하루 쉬었던 거죠. 자연히 잠자는 시간이 들쭉날쭉 했고, 밥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는 신입생 시절, 신나게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즐거움에 비례해 그의 머리카락도 빠른 속도로 빠지기 시작했다.
“목욕탕에서 알바를 했었어요. 그런데 하루는 늦은 밤 술 취한 아저씨가 제게 오더니, 깜짝 놀라면서 ‘배명사 설봉스님 아니세요?’라고 묻는 거예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으며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거듭 묻더라고요. 물론 제가 당시 머리를 삭발했기 때문에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처음으로 제 탈모 증상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는 그 뒤로 당장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얼마 못 가 중단됐다. 바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친다는 ‘군대’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힘들었던 군 생활. 점점 북진하는 이마 위 38선

누구나 자신의 군 생활이 가장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재현씨는 남들과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기에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잦은 불침번에서 오는 수면부족, 고참들의 ‘갈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그의 모공을 더욱 옥죄었다. 게다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의 이별은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군 생활 스트레스만 해도 벅찼는데, 이별까지 겪으니 정말 의지할 곳이 없었죠. 담배도 그때 배웠어요. 어느 날 문득 내무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머리는 점점 벗겨지지 여자 친구는 떠나갔지.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나 같은 대머리를 누가 좋아하겠어?’하는 마음에 더 이상 연애를 할 수 없을 거라고까지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탈모용 치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집에서 보내주는 탈모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검은콩 환과 검은깨강정을 꾸준히 먹으며 머리가 다시 풍성해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별 효과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제대의 날은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다시 돋은 머리, 새로운 사랑

제대하자마자 그가 결심한 것이 바로 모발이식수술.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했지만, 앞으로 받을 스트레스와 상처를 생각한다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단다. “약물치료나 가발도 생각해봤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려면 확실히 하자라는 생각에 이식수술을 결정했죠. 상담하러 간 의사선생님께서 ‘원래 젊은 사람들은 수술 뒤에도 탈모 증상이 계속될 수 있어 웬만하면 말리지만 너는 다르다. 당장 수술을 하자’라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받은 후 따라간 과 MT에서 그는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재현씨의 수술 사실을 알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오히려 지금도 가끔 모자 쓰고 나가면 모자 벗은 모습이 더 멋있다고 해줘요. 이런 마음 씀씀이가 예뻐 보이죠.”라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이제 더 이상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금 제 만족도를 점수로 매기면 70점이에요. 100점은 아니지만, 얼마 전까지 0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훨씬 좋아졌어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이 기사를 본다면 숨기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감추고 고민만 하면 더 악화되거든요. 필요하다면 수술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지금의 모습을 평가하는 그는 무엇보다 머리카락 최대 적은 스트레스라며, 힘들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ip 모발이식수술

예방도 좋고 식이요법도 좋지만 탈모는 증상이 심해지면 약물치료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바로 모발이식수술. 사람들은 모발이식이 머리카락을 뽑아서 다시 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모근을 한 올씩 분리한 후 특수 바늘로 심는 단일모 이식수술로 보는 게 정확하다. 이식한 머리가 살아남는 확률은 70~90%정도이며, 그 중에 70%정도는 빠져 없어진다. 하지만 모근 세포는 피부에 남아있기 때문에 3개월 이후부터는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다. 부작용은 이식하기 위해 떼어낸 뒷머리에 흉터가 남는다는 점. 하지만 대개는 머리카락으로 가려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용은 탈모 상태에 따라 200~500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20대 여성도 ‘탈모 주의보’

머리를 감고 난 뒤 화장실 하수구 구멍을 점검하다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뭉쳐진 머리카락, 저게 다 내 머리에서 빠진 거란 말인가? 줄기차게 빠지는 머리카락에 방 바닥을 아무리 청소해도 소용없다. 신정미(충남대 중어중문 04)씨는 “평소에는 별로 인식을 못하고 사는데, 주위에서 여성 탈모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또 실제로 그것 때문에 고통을 받는 친구들을 본다. 머리가 한 번씩 많이 빠질 때면 괜히 탈모가 우려되곤 한다”라며 이제는 여성탈모 공포의 레이더망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에 있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여성 탈모 현상은 예전과 비교해 유례없이 늘고 있다. 또 그 증상이 젊은 층에 빠르게 퍼지면서 탈모 인구가 확대대고 있는 것. 실제로 병원을 찾는 여성탈모환자 중 절반 여성이 20~30대에 걸쳐 나타난다고 한다. 탈모 시장이 1년 사이에 두 배로 커졌다는 점만 봐도 그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엔 유전적 영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성탈모 증가는 스트레스나 무리한 다이어트, 서구화되고 불규칙한 식습관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사회진출이 빈번해 지면서 여성도 남성 못지않은 업무적,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됐다. 외모지상주의는 무조건적인 다이어트 열풍과 이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부분탈모 때문에 2개월 째 치료를 받고 있는 K씨(22)의 탈모 원인도 무리한 다이어트 였다. “대학생이 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먹는 것을 무조건 적으로 줄이고 몸을 많이 혹사시켰죠. 탈모가 거기서 비롯된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머리가 조금씩 빠지긴 했는데 워낙 머리숱이 많았던 편이라 신경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머리숱이 줄어든다고 좋아했죠. 그런데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진작에 병원을 찾았다면 더 일찍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탈모를 인정하고 병원을 찾아오는 게 부끄러워서 지체한 게 후회돼요.” 여성탈모의 경우 그로 인한 수치심, 우울증, 대인기피증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모든 병이 그렇듯 탈모 역시 초기 진료가 중요하며, 스트레스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탈모일 경우 치료 기간 또한 보통 6개월 정도로 짧은 편이다.
여성탈모가 남성탈모와 구분되는 것은 바로 탈모 되는 모양의 차이에 있다. 남성형탈모는 머리 형태 라인이 뒤쪽으로 후퇴해 M형으로 탈모가 진행되는 반면 여성형탈모는 정수리 부분부터 탈모가 진행된다. 평소보다 머리가 많이 빠지면 의심해보자. 하루 50~80개 정도 빠지는 것은 정상이나 100개 이상이 될 경우는 문제가 있다. 갑자기 비듬이 많이 생기거나 머리 가려움증이 일어나는 경우도 무시해선 안 된다. 내 머리타입(건성, 중성, 지성)에 따라 다른 삼푸법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아침 보다는 자기 전에 머리를 감아주는 것이 정석이다. 하루 동안 뒤집어 쓴 먼지를 닦아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니까! 머리를 감고 말릴 때는 미지근한 냉 드라이기를 이용하자! 적절한 운동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는 것, 또한 규칙적인 식습관은 이제는 말 안해도 아는 기본 건강법이니 늘 염두할 것!

※도움말 : 스펠라랜드 탈모관리센터 나희영 원장

윤은지 정수영 학생리포터 gemini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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