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서양식병원 느낌살려라” 소품전쟁
8월개봉 공포영화 <기담> 제작현장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 마련된 영화 <기담> 촬영장. 1940년대 경성의 서양식 병원 안생병원을 배경으로 의문의 죽임을 당한 한 남성의 부검 장면 촬영이 한창이다. 하지만 일반 시체부검실 풍경과 사뭇 다르다. 하얀 타일이 깔린 바닥과 부검대, 천장에서 쏟아내릴 듯 매달려 있는 수도파이프, 시체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의사 인영(김보경 분)의 굵은 웨이브 머리가 인상적이다. 그 옆에는 일제시대 군복차림의 조연배우가 위압적인 표정으로 서 있다.
총 제작비 28억6000만원 가운데 3분의 1을 들여 1300평 규모로 제작된 <기담> 세트는 1940년대 서양식 병원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이민복 미술감독은 “전체적으로 일본 색채를 띠면서도 서양의 엔틱 느낌을 가미해 고풍스럽게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동선이 100% 이어질 수 있도록 복도와 계단까지 모두 연결된 병원 세트 안에 들어가 있으니 실제 1940년대 병원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안생병원’을 상징하는 ‘안(安)’이 새겨진 목조침대 위에는 은은한 백열전등이 빛나고 곁에는 촛농이 흘러내린 촛대가 놓였다. 심지어 휠체어까지 나무로 만들어졌다. 영화사 도로시 관계자는 “당대 소품을 구할 수 없어 고증을 통해 거의 100% 자체 제작했다”고 전했다.
충무로에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모던보이>, <라듸오데이즈> 등 1930~4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 제작이 붐을 이루면서 과연 얼마나 사실적으로 당대를 재현해 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6월 초 크랭크업해 8월 개봉을 목표로 한 ‘기담’은 그 가운데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첫 시험대다. 제작진은 기본적으로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시대물로서의 디테일에 충실해 볼거리를 선사하는 데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치밀한 사전준비에 공을 들였다. <기담> 제작진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입는 병원복도 당대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10개 이상의 다양한 재질과 색감의 흰 천을 가지고 구김작업과 염색을 달리했고, 최종적인 카메라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배우들에게 입혔다고 한다. 일본에서 폐업을 앞둔 오래된 병원을 수소문해 1940년대 의료기기들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제작진은 “당대는 기술적으로 미흡해 대부분의 의료기기가 직선형이 아닌 유선형이었고, 운반카나 수술도구대 등도 스테인리스가 아닌 세라믹 법랑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인영의 남편 동원(김태우 분)이 착용한 동그란 안경은 호가가 100만원에 달하는 골동품을 구했고, 국내 몇대 없다는 포드디럭스세단과 시보레마스터, 캐딜락플리트우드 등 당시 최고 부유층이 탔던 자동차들도 빌렸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통해 1970년대를 재현해 내기도 했던 이민복 미술감독은 “시대물에는 완벽한 고증 작업과 덧붙여 영화적 상상력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정 헤럴드경제 기자/koala@heraldm.com
세상의 끝, 진짜 해적이 온다
캐리비안의 해적 3
감독 고어 버빈스키 ㅣ 출연 조니 뎁,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 ㅣ 상영시간 168분 ㅣ 개봉일 5월 23일 ㅣ 장르 모험, 코미디, 판타지


끝없이 펼쳐진 대양, 보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쾌한 모험. <보물섬>과 <피터팬>의 책장을 채우며 소년의 가슴을 달구던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다름아닌 '해적'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며 책으로 읽어 내려갔던 그들의 모습. 한 모금 럼주를 들이키고 고래고래 뱃노래를 불러가며 바다를 유랑하는 바다사나이들의 유쾌한 여정은 여전히 우리의 바랜 기억 한 귀퉁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천방지축의 천성치고는, 책 속에 오래도 갇혀 있었던 이들. 아니나다를까, 스크린에 상륙하자마자 '사고'를 쳐댔다. 첫 작품이었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는 큰 성공을 거두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고, 이는 2, 3편 동시 제작으로 이어졌다. 스크린을 헤집고 뛰어다니는 해적들이 벌여놓는 '난장판'과 '잭 스패로우'라는 '18세기 록스타'의 강림은 그 자체로 세계를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슴속에는 '대의'를 향한 '한 조각 붉은 마음'을 품고, 한껏 멋 부리기에 바빴던 기존의 모험극 주인공들. 캐리비안의 유쾌한 해적들은 거기에 정식으로 반기를 들었고, 이 문제적 '바다사나이'들의 난동은 그 자체로 신선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의 세 번째 '상륙'이 시작된다. 선봉에 선 무책임 선장, '잭'은 여전하다. “그냥 내가 좀 보고 싶어서라도 구해줄 생각은 없었던 건가?”라며 이죽거리는 그는, '해적계의 신용불량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세상의 끝’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모험의 스케일도 훨씬 커졌다. 동인도회사의 함대를 내세워 ‘해적완전소탕’을 꿈꾸는 ‘베켓’과 ‘데비존스’의 ‘플라잉 더치맨’. 이 막강한 공공의 적 앞에, 스패로우 일당도 다시 살아난 ‘바르보사’와 동양의 해적왕 ‘사오 펭’을 끌어들여 ‘해적연맹’으로 맞선다. 비열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는 해적들이니 만큼, 거듭되는 배신과 음모는 당연. 이들의 싸움은 그 끝을 모른 채 혼전으로 치닫고, 그 와중에도 ‘엘리자베스’와 ‘윌 터너’의 로맨스는 자라나간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그리고 마침내 그 시리즈의 정점에 이른 <캐리비안의 해적3: 세상의 끝에서>. 요란스러운 항해를 여전히 진행중인 캐리비안호, 그 여정의 끝은 어디인지. 해적들의 상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씨끌벅적한 해적들의 모험활극이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약탈’할 수 있을지. 아뿔사, 흥행보증수표가 부도나는 것은 아닌지. 이 모든 질문들의 답을 기다리며, 세상에서 가장 쿨한 해적, '잭'과 함께 건배!
임창수 대학생기자/tangerine5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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