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다시 핀 꽃, 그녀들이 궁금하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색채를 지닌 두 편의 영화가 있다. 두 영화는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 당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그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했다는 점, 또 그 여성들이 아주 예쁘다는 점 등이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황진이>, 2007년에 다시 만나는 그녀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진주 대학생기자 / sappy27@naver.com


<마리 앙투아네트>와 <황진이>가 기존의 전기영화와 차이가 나는 것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만 주인공을 조명했던 기존의 전기영화들에서 벗어나 그녀들 개인으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또한 탄탄한 구성을 가진 원작에 기초해 기존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다는 점은 두 영화 모두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안토니아 프레이저의 <The Journey : Marie Antoinette>를, <황진이>는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에 기초했으며 특히 안토니아 프레이저는 영화의 각본 작업에도 직접 동참했다고 한다. 두 편의 영화가 들려주는 2007년판 마리 앙투아네트와 황진이를 만나보자.
14살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루이 16세에게 시집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흥청망청 향락을 즐기며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다던 아름답지만 철없던 왕비의 모습. 먹을 빵이 없다는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그럼 케이크를 먹게 하지(Let them eat cake)'라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로 기억되는 최악의 왕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에 대해 이 영화는 물음표를 그려 넣는다. 감독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황실이라는 낯선 공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고작 14살의 어린 나이였다는 사실에 주목, 그녀가 느꼈을 법한 외로움과 슬픔을 감각적으로 표현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역사는 한쪽 측면만을 부각시켜 기록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개인의 역사는 묻히고 결과만이 남아 냉담하게 평가 받는 일은 허다하다. 잘했다, 혹은 잘못했다는 식으로 무 자르듯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지만 영화의 시도는 적어도 신선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마치 찐빵에 팥이 들어있지 않은 격이지만 감독의 의도가 여기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영상이 주는 화려한 볼거리다. 포스터에서부터 나타나는 화려한 분위기와 매력적이고 소녀다운 마리 앙트와네트로 분한 커스틴 던스트는 화려함을 영화 내내 마음껏 뽐낸다. 영화는 18세기 프랑스 황실을 21세기적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지금 내놓아도 손색없이 아름다울 법한 리본, 프릴 등의 장식은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하며 파스텔톤의 핑크, 그린, 블루 등의 색감이 사용되어 소녀적인 느낌을 한껏 자아냈다. 아카데미 의상상을 3번이나 수상한 바 있는 밀레나 카노네로 의상 감독과 구두 디자이너 마놀로 블라닉이 참여해 화려함을 더했다. 이미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제치고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정도니 그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을 듯.
16세기에 살았던 21세기의 여인, 황진이
티저포스터만으로 베를린 영화제의 유럽필름마켓(EFM)에서 선판매되어 화제를 낳기 시작한 <황진이>. 포스터 속의 강렬한 문구들은 영화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대목이므로 눈 여겨 보도록 하자. '여왕의 심장, 천민의 영혼(Queen At Her Heart, Humble In Her Spirit)'이라는 메인 카피를 시작으로 '나는, 세상이, 우습다'와 '16세기에 살았던 21세기의 여인'이라는 카피는 영화가 그려내는 황진이라는 여성의 삶이 어떠할 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
황진이는 요염하고 기품 있으면서 예술적 재능을 가진 여인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녀의 일생이 다 기록되지 않았기에 남아있는 여백들은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황진이'라는 캐릭터는 연출자와 배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 되어왔다. 도금봉, 강숙희, 김지미, 장미희, 이미숙, 그리고 하지원이 저마다 다른 '황진이'로 창조되었다. 가장 최근작인 드라마 <황진이>의 하지원이 예인의 삶을 걷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냈다면, 송혜교가 연기한 2007년의 황진이는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계급 사회의 모순에 대항해 스스로 천민인 기생의 길을 택한 주체적 여성으로 묘사된다. 뿐만 아니라 흔히 황진이에게 갖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와는 달리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놈이(유지태)'에게만 순정을 바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포스터 속 황진이의 모습에서는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있던 붉은 색을 주로 사용한 화려한 색감이나 요염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무채색의 의상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표정이 '현대판' 황진이의 모습임을 실감케 한다. 한복을 입으면서도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사용한 점은 낯설지만 기품 있는 황진이, 그녀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 블랙을 메인으로 사용해 파란색, 보라색, 녹색 계열의 색깔들을 주로 사용하여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황진이>는 북한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갖게 되어 화제를 낳았다. 금강산에서 촬영된 두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해외 모델들만을 표지 모델로 선정해왔던 보그 코리아가 황진이로 분한 송혜교를 첫 국내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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