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매우 능글맞지만 가장 현명한 사랑법
| ‘라붐(La Boum)’의 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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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떠났어요.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물론 슬퍼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이 눈에 띄어요. 떠난 그 사람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착하고 친절한 것 같기도 해요. 사랑은 단 한번 뿐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새로운 사람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웃고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독하다고 말해요. 믿기진 않겠지만, 나도 예전엔 사랑한다는 게 참 무서웠어요. ‘타인’이라는 말은 참 낯선 법이잖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소통을 원하죠. 우연을 운명으로 치장하기도 하고,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다고 믿기도 하고. 어쩌면 그때의 난 사랑을 믿지 않았던 건지도 몰라요. 그러다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에는 어느 한순간 ‘너를 다른 인생으로 데려가 줄게’라거나 ‘너는 네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다른 사람이야’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그 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죠. 내가 무수히 많이 내뱉었던 ‘사랑해’라는 말의 의미까지도 말예요. ‘라붐’의 13살 소녀 빅은 생각만큼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가 아녜요. 너무 이른 나이에 사랑의 본질을 깨우쳤을 정도로 현명하지만 정말 능글맞은 아이죠. 물론 그녀도 어쩔 수 없는 소녀이긴 해요. 테크노인지 디스코인지 아무튼 시끄러운 음악이 쩌렁쩌렁 울리는 정신없는 파티장에서, 그녀의 귀에 헤드폰을 끼워주었던 꽃미남 소년 마티유에게 한눈에 반한 걸 보면 말예요. 온갖 소음과 권태를 잠식시키는 감미로운 음악 ‘리얼리티(Reality)’가 흐르자, 서로를 품에 안고 다정히 춤을 추는 두 사람은 분명 행복해 보였죠. 마지막은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사랑의 시작과 동시에 빅은 상처를 입어요. 마티유가 다른 여자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땐 티슈 한 통 다 써가며 펑펑 울기도 했고, 심지어 그가 보고 싶어서 앞뒤 생각 안하고 달려갔을 땐 무책임하게 그녀만 홀로 남겨둔 채 도망쳐버려 그녀 맘을 아프게 했죠. 겨우 13살짜리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사랑은 괴로워!”라니. 하지만 여기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 빅의 시선이 가장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다시 그녀 곁으로 돌아온 과거의 마티유가 아니라, 그윽한 눈빛을 가지고 새롭게 등장한 청년 A라는 것. 아마 빅은 그와 사랑에 빠질 거예요. 벌써 그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아니면 이미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떠날 사람도 떠난 사람이지만, 떠난 사람도 떠난 사람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일 뿐이고, 그 사랑조차도 실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닌 걸요. 매우 능글맞지만 가장 현명한 사랑법이 뭔지 아세요? 사랑할 땐 사랑만 하고, 떠난 사람은 찾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 천연덕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것. 오, 이런. 어째 13살짜리가 우리보다 연애를 더 잘하는 것 같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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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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