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빗속의 여인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Breakfast At Tiffany's, 1961)’

● 올 5월은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한 번 비가 그치고 날 때 마다 성큼 다가서는 더위는 여름의 도래를 몸으로 실감하게 만든다. 눈과 더불어 비는 영화 속에서 많은 명장면의 배경이 되는 자연현상이다. 사정없이 쏟아지는장대비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대개 격심한 마음의 동요를 겪는다. 영화 속에서 기후는 캐릭터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기 마련이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맑은 날, 흐린 날, 눈, 비 모두가 캐릭터, 혹은 주제와 관련된 어떤 코드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클라이맥스 장면 또한 퍼붓는 소낙비가 등장한다. 이 영화는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이지만, 영화 속에서 발산되는 그녀의 매력은 매우 이중적이다. ‘로마의 휴일’로 일찍 데뷔하는 순간부터 고귀하고 순진한 소녀스런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그녀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뜻밖에도 노동자 계급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파티 걸 홀리로 등장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데뷔 때부터 공주였던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섹슈얼한 매력을 흘리며 남자 사냥에 나서는 고급 창부에 가까운 주인공 홀리의 이미지를 매우 로맨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오드리 헵번의 세련된 패션 감각은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매일 아침 들르는 보석 상점 티파니와 마찬가지로 허황된 상류층의 삶에 대한 공허한 욕망을 대변한다.
부유한 중년 여성의 내연남으로 살며 홀리를 사랑하게 된 주인공 폴 또한 홀리와 다를 바 없는 껍데기 뿐의 삶을 살고 있지만, 홀리에 대한 사랑은 그를 평범한 삶의 행복에 눈뜨게 만든다. 그러나 홀리는 여전히 화려한 삶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폴의 구애를 거절한 홀리는 오랫동안 키우던 떠돌이 고양이를 빗 속에 쫓아보내지만 곧 후회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고양이를 찾아나선다. 그녀가 그토록 버리고 싶었던 초라한 삶을 대변하는 고양이의 존재를 그녀가 매몰차게 내버렸다가 다시 찾는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홀리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결국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폴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화려한 상류층의 삶에 대한 냉소와 매혹을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다. 왕자와의 결혼에 집착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화려한 꿈 대신 초라한 현실에 눈을 돌렸던 6,70년대를 풍미했던 뉴웨이브의 자장 안에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화려한 꿈과 잔인한 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불나방 같은 홀리의 존재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차가운 빗줄기처럼 로맨틱한 이 영화가 숨기고 있는 절망적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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