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고통 속에 숨어있는 구원의 햇빛
밀양 (Secret Sunshine)
이창동 감독
송강호, 전도연 출연
5월 24일 개봉

안타깝게도 인간은 기쁨보다는 슬픔을, 즐거움보다는 아픔을 기억에서 더 쉽게 끄집어올린다. 이따금씩 문을 두드리는 행복의 순간들과는 달리, 우리에게 고통은 언제나 일시불로 찾아온다. 어느 날 빚쟁이 마냥 다가와서는 그 괴로움의 값을 당장 치러내라고 압박한다. 굴곡진 삶의 여정에서 힘들고 아팠던 기억들이 유독 더 선명한 빛깔로 남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한 여자가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그녀의 이름은 신애. 신애는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 ‘밀양’에서 살기 위해 내려온다. 굳이 남편의 고향을 찾은 것은 애달픈 행복을 가장한 그녀의 허세이자, 견디기 힘든 삶을 지탱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밀양’에는 한 남자가 있다. 첫 날부터 신애의 ‘정착’을 돕는 카센터 사장 종찬이다. 언뜻 투박한 그의 애정공세와 이웃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신애는 고통의 값을 거의 다 치러낸다. 아픈 상처를 더듬고 피아노 학원을 차린 그녀는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해간다.
그녀에게도 빛이 비춰온다. 하지만 눈부시게 밝은 그 빛은 어찌된 영문인지 따뜻하지가 않고, 고통은 그 값을 치러내기가 무섭게 다시 찾아온다. 삶의 버팀목이었던 아들을 유괴사건으로 잃고, 그녀는 어두운 나락 속으로 한없이 떨어진다. 비탄과 시름에 실성한 그녀는 다시금 종교를 통해 구원을 그린다. 무거운 고통의 값을 끝끝내 치러내려 한다. 하지만 그 작은 몸부림마저 힘없이 꺾여나간다.
용서에는 회의만이 남고, 구원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숨죽인 채 그녀를 비추는 햇볕만은 여전하다. 영화는 인생에 대한 명쾌한 해답 대신 숨어있는 구원의 빛을 비춘다. 슬픔과 괴로움이 우리를 괴롭혀도 살아낼 수 있음은 다름아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밀양>은 신애의 시린 절망과 용서, 고통과 구원의 시간을 통해 화면 가득 절망을 드리운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그녀의 절망 속에 숨어있는 용서와 구원의 빛을 통해 다시 희망을 본다.
<밀양>에는 갈등의 해소를 통한 시원한 카타르시스도, 눈과 귀를 자극하는 현란한 화면도 없다. 하지만 <밀양>은 힘있게 뻗어낸 짙은 농도의 대사와 문학적 고찰로 관객과의 소통을 꾀한다. 인생에서의 고통과 그에 따른 절망, 용서와 구원에 따른 깊은 담론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나누기를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도연, 송강호의 열연이 이러한 무거운 소통을 가능케 한다. 전도연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송강호가 표현해내는 종찬의 모습 또한 양념처럼 영화 곳곳에 배어든다. 그리고 영화는 마침내 ‘숨어있는 구원과 희망의 햇볕’, ‘밀양(密陽)’을 오롯이 비춰낸다.
임창수 대학생기자/tangerine5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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