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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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 Spa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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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집니다. 물만 마셔도 졸음이 몰려오는 이 때, 저는 냉커피 한 양동이와 좀비영화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한번은 좀비영화 리스트의 끝이 보이고, 반복플레이가 서서히 지겨워지는 극한의 상황이 닥쳤더랬죠. ‘신이시여!’를 외치고 있을 때 한줄기 빛처럼 나타난 것은 ‘매트릭스’의 O.S.T였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테크노, 일렉트로닉, 헤비메탈 등의 장르용어로 휘황찬란하게 칭송되고 있던 이 앨범. 진실로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니, ‘매트릭스’ 영화이름 부끄럽잖게 정신 버쩍 드는 신세계를 열어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흐르는 음악’은 ‘매트릭스’가 아닌 ‘스폰’입니다. 분명 비웃음 비슷한 걸 흘리신 분이 있으리라 짐작되는군요. 네! 이 영화 미국에서 인기는 좀 끌었을지언정 욕을 좀 (많이) 먹었습니다. ‘스폰’은 ‘스파이더맨’의 원작자 토드 맥퍼레인의 동명의 작품, 그것도 출판되자마자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을 모두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던 만화였으나, 영화화되면서 살짝 코미디화 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정부소속의 암살요원이 급작스럽게 괴물영웅으로 변신하더니, 상당히 ‘고스트 버스터즈’스러운 악마와, 지구의 운명과 선을 위해 싸우거든요. 그런데 이 싸움이라는 게 내내 불구덩이 속에서 참 ‘겸손’하게 진행되는 통에 무례하게도 허무한 웃음을 참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왜?’라 물으시면, ‘스폰’의 O.S.T가 ‘매트릭스’ 음악의 시조 격으로 대접받거든요. 마릴린 맨슨, 프로디지, 슬레이어, 콘 등 하드한 사운드로 추앙받는 이들이 모여 한 곡씩 보탠 ‘스폰’의 사운드트랙은 1년 넘게 앨범 차트 20위권 안에 머물며 ‘테크노메틀계의 명반’이란 타이틀을 따내기에 이릅니다. ‘영화는 별로지만’ 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지만, 억울할 것 없습니다. 실제 영화 장면에서는 이 훌륭한 음악들을 찾아볼 수 없거든요. 순전히 인트로와 엔딩크레디트를 위해 탄생된 조금 어이가 없을 수도 있는 사례입니다. 퇴폐적 매력 물씬 풍기는 마릴린 맨슨의 보이스 맘껏 질러지는 ‘롱 하드 로드 아웃 오브 헬(Long Hard Road Out Of Hel)’을 지나면 압도적인 ‘사탄(Satan)’이 등장합니다. 일렉트로닉의 전설로 불리는 그룹 오비탈의 믹스 사운드가 그룹 메탈리카의 기타리스트 커크 헤밋의 연주와 정신 못 차리게 뒤섞이니, 빠져들 수밖에요. 뒤 이은 트랙들은 어떻고요. 음울한 단조 멜로디 반복적으로 내뱉는 ‘타이니 러벌밴드(Tiny Rubberband)’에 오락가락하다보면 “나는 죽일 수 있지만, 죽을 수는 없네”라며 스폰의 비극적 운명을 들려주는 ‘T-4 Strain’이 거대한 하울링(울림)과 함께 시작됩니다. 다다른 곳은 “I Wanna Die!”를 질러대는 ‘노 리몰스(No Remorse)’. 처음부터 몰아붙이는 드럼과 미친듯이 달려드는 기타 사운드 한가운데 서니, 앞선 트랙들이 서정적으로까지 느껴지는데요. 오, 좋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wake-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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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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