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물이 주룩주룩 & 비밀

 

 

‘말(言)’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입 밖으로 내어지는 순간,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들은 현실로서 그 의미를 품게 되고, 관념화 되어 있던 진실들은 ‘말’로서 힘을 얻는다. 정처 없이 헤매던 감정들은 ‘말’을 통해 현실로 초대되며 이는 곧 다른 감정을 불러오며 현실에서의 새로운 사건을 초래한다. 이처럼 강력한 ‘말’의 힘. 그래서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들도 있다.

 

<눈물이 주룩주룩>의 ‘요타’는 자신의 가게를 갖는 것이 꿈인, 건실한 청년이다. 여동생 ‘카오루’를 지켜주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며, 하루하루 고된 일과를 마다하지 않고 버텨낸다. ‘카오루’는 그런 오빠가 싫다. 늘 뒷바라지에 등골이 휘는 오빠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이제는 오빠가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독립’을 선언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녀는 요타를 떠난다.

 

<비밀>의 ‘나오코’ 역시 남편 ‘헤이스케’를 떠난다. 열차 사고로 딸 ‘모나미’의 몸으로 살게 된 그녀는 남편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 때문에 새 삶을 찾아 나선다. 하루하루 딸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음을 훌륭히 연기하던 그녀였지만, 마지막 순간만은 흔들리고 만다. 결혼식장에서 무심코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던 옛 손버릇을 보이고 마는 것. 그러나 헤이스케는 그런 그녀의 결혼을 웃으며 축복해준다.

 

이들은 우리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카오루는 요타와 피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입을 앙다문 채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으로 남을 것을 결심한다. 사실은 요타를 남자로서 사랑하기 때문이다. 요타 또한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웃으며 카오루를 보내준다.

 

헤이스케 또한 나오코가 모나미의 몸을 통해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지만, 그녀를 말없이 떠나보낸다. 야참을 차리는 나오코에게 “그 동안 괴롭혀서 미안하다, 모나미” 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차마 딸의 모습을 한 나오코를 품을 수 없으며, 언젠가는 딸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딸의 인생을 살아달라는 남편의 무언의 요구에, 조용히 딸의 모습을 연기해냈을 나오코의 마음이 아프도록 시리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끈끈한 감정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때때로 서툰 표현으로 그것들을 끌어내 그 빛을 가리우는 실수를 범한다. 쉽게 뱉은 사랑의 말은 그만큼 더 가볍기 마련이다. ‘말의 홍수’속에 사는 우리. 눈빛으로, 마음으로 전해지던 우리의 ‘진심’, 그 뜨거움이 아쉬워진다.

 

임창수 대학생기자/tangerine5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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