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영화의 거장

이리 멘젤 감독 특별전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거장 이리 멘젤.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유럽을 비롯한 서구세계에서는 상당한 인기와 지명도를 갖춘 유명한 감독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그의 영화를 반갑게도 특별전으로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호 카미에서는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그의 달콤쌉싸름한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유진주 대학생기자/sappy27@naver.com

 

 

이리멘젤 감독의 전주국제영화제 방한에 맞춰 국내에서는 최초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리 멘젤 감독의 대표작 세편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다. 관객과의 만남 등 다채로운 행사도 있다고 하니 눈 여겨 보도록 하자. 그의 데뷔작인 <가까이서 본 기차>,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 황금곰상 수상작인 <줄위의 종달새>, 시카고영화제 특별상 수상작인 <거지의 오페라>가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이리 멘젤 감독이 28세에 제작한 첫 장편영화다. 오손 웰즈의 <시민케인>에 비교될 정도였고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칭호까지 받았다 하니 흥행 성공과 평단 찬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랑이 전쟁보다 어려워’라는 카피는 이 영화의 성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말, 독일 점령하에 있는 체코의 작은 시골역이 영화의 배경이다. 22세의 청년 밀로시 흐르마가 차장 마샤의 매력에 빠져 겪게 되는 일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전쟁중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사랑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한다. 사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여자 엉덩이에 도장을 잔뜩 찍어 스캔들을 일으키는 식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웃음을 유발함과 동시에 독일의 식민지가 된 체코의 정치적 어려움을 말하는 <가까이서 본 기차>는 코미디와 비극의 절묘한 조화,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연출로 체코 영화의 존재를 전세계에 알렸다.

 

 

<줄 위의 종달새>는 1968년 프라하의 봄 당시 제작되었다. 그러나 프라하의 봄은 소련의 침공으로 짧게 끝나버리고, 체코 정부는 이 영화의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경계하여 상영 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 걸작이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1989년 체코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였다. 무려 20년간을 잠들어 있었던 셈. 20여 년이 지난 후에 상영되었으나 그 아름다움과 영화의 메시지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기적을 이룬다.

 

요리사인 파벨은 종교적인 이유로 토요일 노동을 거부해 해고된 후 폐철처리장에서 일하게 된다. 한 쪽에서는 체코를 탈출하려다 붙잡힌 여자 죄수들이 노동을 하게 된다. 거기에서 파벨은 이트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폐철처리장이라는 칙칙한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색채는 너무나 아름답다. 간수의 눈을 피해 맞닿는 손끝, 은밀한 대화를 통해 사랑을 싹 틔워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밝게 느껴진다. 반면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은 웃음 이면에 날카롭게 문제점을 짚어낸다. <줄 위의 종달새>는 체코의 50년대 공산 정권에 대한 비판을 서정적인 영상과 러브스토리로 풀어내 온화한 표면 아래 칼날 같은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60년대에 제작되었음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구성과 화면은 지금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왜 그를 ‘거장’이라 칭하는지는 직접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5월 24일 개봉하는 <거지의 오페라>는 체코의 전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바츨라프 하벨의 벨벳혁명(1998)이 성공하면서 체코는 세계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유국가로의 혁명을 이뤘다. <거지의 오페라>는 체코 민주화의 상징인 셈이다. 민주화 이후 이리 멘젤은 급속도로 자본주의화되는 현실에 일침을 가했다.

 

<거지의 오페라>의 주인공은 부하들을 잘 다룰 뿐 아니라 여자를 다루는데도 능숙한 맥키스이다. 그는 희대의 바람둥이로 여자들의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훔친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건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훔친다는, 의리도 명분도 없는 이 시대 도둑들의 비열한 규칙은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풍자한다.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을 꼬집는 감독의 시선은 익살스럽다.  

 

 

<특별전 개요>

일정 5월10일 가까이서 본 기차 / 5월17일 줄 위의 종달새 / 5월24일 거지의 오페라

장소 씨네큐브 광화문

홈페이지 menzel.cinecube.net

 

<이상용 영화평론가의 '이리 멘젤' 감독론>

일시 5월 22일(화) 저녁 7시 30분

장소 흥국생명 빌딩 14층 세미나실

*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 이리멘젤 감독의 영화 1편 필수 감상!

 

 

 

이리 멘젤 감독, 당신을 알려다오

 

 

이리 멘젤 감독은 28세의 젊은 나이에 <가까이서 본 기차>로 영화계에 데뷔한 체코 영화의 거장이다. 40여 년간 체코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을 만들었고,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2006)>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국제평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라하의 봄’ 기간에 제작했던 <줄 위의 종달새>가 체코 정부에 의해 상영이 금지되자 그는 연극 무대로 뛰어들었다.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보다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작품이 더 많을 정도로 배우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리 멘젤의 영화는 희비극(Comedy-Tragedy)이라는 장르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웃음과 풍자를 통해 비극에 접근하는 그의 스타일은 그 어떤 직설적인 화법보다도 관객의 마음 깊은 곳에 와 닿는 힘을 지녔다. 이리 멘젤 감독은 많은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기 전에 <가까이서 본 기차>를 수 차례 보았다고 고백할 정도.   

 

그가 남긴 다음의 말은 그의 영화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모두 삶이 잔혹하고 슬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 이것을 보여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삶에 대해 웃음으로써 우리가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웃음 속에서 냉소가 아니라 화해를 찾자.”

 

 

 

 http://camhe.com/default.as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